[뉴스포커스]동계전력수급 희망 있다

Photo Image
지난 2일 홍석우 지경부 장관(오른쪽 세번째)이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를 방문해 전력그룹사 사장단과 동계 전력수급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최근 5년간 난방부하 비중

 지난 5일 동계전력 비상수급기간이 시작됐다. 정부와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와 유관기관은 내년 2월 29일까지 겨울철 전력과부하로 인한 정전사고를 막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진행한다. 정부 대책에선 다급함이 느껴진다. 한해 전기요금을 두 번이나 인상하고 피크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규제하고 나섰다. 국내 전력 역사상 지금 같은 특단의 조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력업계도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민방위 훈련과 연동해 대국민 정전훈련까지 진행했을 정도다. 모두가 올 겨울 전력수급에 매달리고 있다.

 ◇동계 전력수급 ‘우려’에서 ‘희망’으로=유난스런 동계 전력수급대책은 그만큼 올겨울 전력상황이 비상시국임을 말해 준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계기간 예비전력량은 400만㎾이하며, 집중기간인 1월 둘째 주·셋째 주는 100만㎾ 이하로 낮아질 전망이다. 수치상으로 전력수급 심각단계로 발전소 1기 혹은 고압 송전선로 하나만 고장나도 블랙아웃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단계에서는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긴급 부하조정을 시행, 9.15정전사태와 같은 순환정전을 재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동계 전력수급 대책이 위기상황만을 경고한 것은 아니다. 공급전력이 소비전력보다 부족하지만 절전을 통해 충분히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경부가 ‘전력위기 대응체계개선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동계 전력대책 모의를 시작한 10월초만 하더라도 “지금 상황이라면 블랙아웃은 예고된 재앙”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었다. △예상치를 넘어서는 전력사용량 증가 △지연되는 발전소 착공 계획 △원가 이하 전기요금으로 인한 에너지원별 가격 왜곡 등 권고와 캠페인만으로 전력수요를 줄이기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전력 과소비 실태를 파악했으며 사용 패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대응책은 피크 분산과 피크시 전기난방 부하 감축이다. 공급력 확충과 전체 전력사용량 절감이 아닌 과소비 부문 감소로 전력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동안의 ‘우려’는 점점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핵심은 500만㎾ 절감 여부다. 전력업계는 절전 동참으로 500만㎾를 확보할 수 있다면 올 겨울은 무사히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달 30일 가진 2차 정전대비 모의훈련에서 “주간예고제와 직접부하제어 이행률만 잘 챙겨 500만㎾를 감축하면 대부분의 전력수급 비상은 전압을 조정할 필요도 없이 주의단계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도 2일 동계 전력수급대책회의에 앞서 “500만㎾만 절감할 수 있다면 올 겨울 위기는 생각보다 손쉽게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500만㎾는 정부가 전력수급에서 마지노선을 긋고 있는 400만㎾보다 원전 1기 분량이 많은 양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500만㎾는 부담되지 않는 전력량이다. 정부는 5일 시작한 절전행동으로 500만㎾, 전기요금 추가인상으로 144만㎾의 전력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00만㎾ 절전, 어렵지 않다=전력업계의 희망 절전량인 500만㎾는 생각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거의 매일 일순간 500만㎾의 절전을 시현하고 있다. 점심시간, 사무실의 조명과 불필요한 전기기기를 끄고 공장기기들을 잠시 멈추는 그 한 시간 동안 국내 전력사용량은 평균 500만㎾ 줄어든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불필요한 전기기기 전원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전력수급에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겨울철 절전 0순위는 전기온풍기·전기히터와 같은 전기난방기다. 전기난방기는 매년 14.2%의 증가율을 보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최대 전력피크를 경신했을 당시 전기난방 부하는 1857만㎾로 전체 사용량의 25.4%를 차지했다. 전기난방기 사용을 절반만 줄여도 900만㎾ 이상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진행하는 수요관리제도는 전력수요를 확실하게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이다. 5일부터 시행한 절전규제는 대용량 고객의 피크시 전기 사용을 10% 줄임으로써 200만㎾ 절감 효과를 꾀하고 있다. 이밖에 주간예고제 300만㎾, 직접부하제어 100만㎾, 긴급자율절전 100만㎾를 계획하고 있어 제도이행만 차질 없이 된다면 여유 있게 전력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한국전력은 해당 제도의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5일부터 수요관리 대상기업 1대1 책임 담당자를 파견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15% 절전을 목표했던 일본은 21%의 초과달성 성과를 거뒀다. 500만㎾는 국내 전체 전력공급량의 7% 정도다. 전력업계는 국민이 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절전, 국내 전력산업 새 패러다임을 쓴다=절전행동으로 올겨울 전력수급 위기를 넘긴다면 국내 전력산업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추가 공급력 확충 없이 기보유한 전력자원에서 피크분산과 절전으로도 수급 안정화가 가능하다는 게 검증된 첫 사례기 때문이다. 향후 발전소 건설 계획에 속도조절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국가적 비용 절감과 동시에 발전 및 송전시설을 둘러싼 민원 갈등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국민은 전력과 계통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기업은 고효율 설비 확대에 나설 것이다. 이미 몇 몇 대기업들은 고효율 설비와 비상발전기, 가스보일러 도입 등에 나서고 있다. 전력피크를 피해 전기를 사용하고 고효율 기기를 설치하며 전기요금을 계획하는 일련의 행동, 바로 스마트그리드 기반 문화가 형성되는 셈이다.

 전력업계 일각에서는 9·15 정전사태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 줄 알았더니 전화위복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정전이 될 수가 있다’ ‘정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 조성으로 절전에 대한 필요성이 국민적인 전력 관심사를 이끌었다는 이유에서다.

 전력산업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맞고 있다. 올 겨울 절전 성과에 따라 전력산업은 또 한 번 좌절할 수도 있고 새로운 희망으로 진일보할 수도 있다. 그 결정은 국민의 실천 여부에 달렸다.

 

 

 

 

 

 

 최근 5년간 난방부하 비중(단위:㎾)

 

 자료:지식경제부

Photo Image
지난 2일 홍석우 지경부 장관(희색 테이블 왼쪽 두번째)이 전력거래소 동절기 전력수급 비상대책 상황실을 방문해 비상시 대응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