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測量)’의 사전적 의미는 기기를 써서 물건의 높이·깊이·넓이·방향 따위를 재는 것이다. ‘지적(地籍)’은 토지에 관한 위치·형질·넓이 등 여러 사항을 등록해 놓은 기록이다. 측량으로 지도가 나오고, 지적으로 공시지가가 정해진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측량과 지적 융합 작업에 나섰다. 위치 정보가 중요해져서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위치기반서비스(LBS)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듯이, 위치정보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창출이 기대된다.
2008년 측량(건설교통부)과 지적(행정안전부) 조직을 국토부로 통합하고, 2009년 ‘측량 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통합법 제정 후속 작업이다. 정부가 통합했으니 이제 산·학계도 변화하라는 요청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측량과 지적 분야 기술자격증은 3가지씩 존재한다. 산업계는 측량분야 3000여개사(10개 업종), 지적 분야 143개사(지적측량업)가 활동한다. 대학에는 측량과 지적 담당 교수가 각각 있다. 측량 기준점 1만7000여곳과 지적 기준점 64만여곳 중 상당수도 다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도와 지적도면을 겹쳐 놓으면 여러 기준점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각하다.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 없지만, 3세대(3D) 기반 ‘공간정보’ 산업관점에서 보면 문제는 커진다. 지도 기반으로 특정 건물 공시지가를 표시하고자 할 때, 기준점이 일치하지 않게 된다. 사업성 ‘제로(0)’다.
책임은 정부에 있고 해법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측량과 지적이 각각 존재했다. 업계는 따랐을 뿐이다. 50여년 지나고 통합했으니 무조건 따라오라면 반대는 당연지사다.
최근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측량과 지적 융합은 공간정보산업에 획기적인 시너지를 창출해 우리나라 대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두 분야가 서로 합쳐 달라는 부탁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다시 기술을 배워야 할 수 도 있다. 정부가 이들을 챙겨야 한다. 융합이 시너지를 창출함을 보여야 한다. 더 큰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깨닫도록 만들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만 믿었다가 뒤통수 맞았다’는 비난만 듣게 될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