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까지 떨어진 최악의 상황, 혹은 아무런 논리나 합리성 없이 막 나가는 사람이나 상황을 일컫는 말.
막장 드라마, 막장 국회, 막장 회사, 막장 가정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막장은 본래 탄광의 제일 밑 막다른 부분을 뜻하는 말이다. 탄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거친 곳이다. 따라서 ‘막장’은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에서 일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음을 나타낸다. 이런 맥락이 탄광의 가장 아래 부분인 막장으로 ‘내려간다’는 이미지와 겹치면서 더 이상 떨어질 데 없는 추락의 뜻으로 굳어졌다.
막장은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터넷 폐인’ 정서를 드러내는 표현으로 주로 쓰였다. 디씨인사이드 막장 갤러리에는 ‘김태희와 하루 데이트 후 고자되기 vs 100억 받고 오크와 결혼’ 류의 선택을 묻는 ‘막장 놀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장이란 표현이 일상화된 것은 자극적 내용을 개연성 없이 전개하는 드라마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언론이 이에 ‘막장 드라마’란 꼬리표를 붙이면서부터였다. 뚜렷한 이유 없이 가난한 연상 이혼녀에게 반한 재벌가 왕자님, 악을 쓰고 데굴데굴 구르며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어머니와 그들에 얽힌 출생의 비밀을 최소한의 납득도 가지 않는 방식으로 전개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막장이 부정적인 뜻으로 하도 회자되다 보니 한국석탄공사 사장이 직접 나서 “막장은 땀 흘리는 사람들의 숭고한 노동의 현장”이라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전체 임직원 집단 사표까지 이어졌다 극적으로 타협된 하이마트와 유진그룹 간 분쟁은 증권가에서 “막장 경영권 드라마의 찜찜한 해피엔딩”이란 평을 들었다. 국회는 늘상 ‘막장 국회’라 비난을 들으며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것 같았지만 최근 의사당 안에서 최루탄이 터지면서 ‘막장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 생활 속 한 마디
A: 시험을 앞두고도 밤 12시 넘어서까지 게임만 하고 싶은 저는 막장인가요?
B: 여성가족부에 문의해 보세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