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즉무환(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則無患)’ 춘추시대 나라 간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화친을 주선, 의기양양하던 진나라 국왕 도공에게 사마위강은 이렇게 진언했다.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대비를 하게 되고 대비태세가 돼 있으면 근심이 사라지게 됩니다”라는 뜻이다. 이 말을 받아들인 도공은 후에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리 경제와 산업을 지탱하는 국가 인프라 가운데 가장 큰 위험요소로 전력이 떠올랐다. 9·15 정전대란으로 한차례 소동을 겪은 마당이다. 값싼 전기요금 덕(?)에 난방가전 사용이 늘면서 겨울철 전력피크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전력 과소비는 기업체와 각 가정에 만연해 있다. 직장에서 쓰는 전기라고 아까운 줄 모르고 개인용 소형 난방가전을 트는 일, 가정에선 한겨울에도 반팔 차림이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자 대통령이 내복을 입었다며 5000만 국민에게 에너지절약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국무총리도 나섰다. 전력 문제는 위기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며 전체 전력 60%를 사용하는 경제계에 절전을 주문했다. 정부의 다급한 심정이 이해된다.
한국전력도 정전사태에 대비해 두 차례 모의훈련을 하며 정전예방 및 피해 최소화에 골몰하고 있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군대도 백년에 한 번 있을 전쟁을 위해 매일 훈련하는데 정전을 위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모의훈련 정례화 의지를 밝혔다. 백번 곱씹어도 맞는 말이고 잘 하는 일이다.
각계각층이 전력대란 위기 극복에 힘을 합치자. 정전 사태가 일으킬 파장이 어디 경제, 산업계 뿐이겠는가. 정전 사태가 현실이 될 경우 우리의 안보와 치안에 구멍이 뚫리는 일은 없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 기업과 가정도 절전을 실천하자. 블랙아웃이 오는 순간, 경제의 불도 함께 꺼진다. IMF때 금모으기처럼 절전에 나서야 한다. 이참에 마음에 드는 내복을 한번 장만해 볼까 한다. 거안사위를 되새기며.
최지호 편집1팀장 jho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