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제품 출고가 '위장 인상' 논란

가격 일제히 올렸다가 5개 제품만 원위치

가맹점주ㆍ소비자 `눈가리고 아웅` 비난

`국민 음료수`를 파는 롯데칠성음료가 제품 출고가 인상을 위장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 품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물가 당국의 압력에 눌려 전격 철회하는 `시늉`을 하면서 실제로는 20여가지 품목의 출고가를 버젓이 올리고도 시치미를 떼고 있어 소비자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롯데칠성의 `전언통신문`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지난달 15일을 전후해 전국 2개 지역부문장과 10개 지사(점)장 앞으로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등 탄산음료와 주스, 커피, 스포츠음료 등 30종에 가까운 제품의 출고가를 같은 달 18일부터 인상한다는 내용의 `가격조정`을 통보했다.

통신문은 칠성사이다와 게토레이는 각 9%, 칠성사이다는 7%, 커피인 레쓰비는 5%가량 올리는 등 이온음료인 G2 한 품목만 4.5% 내렸을 뿐 나머지는 모두 출고가를 올렸다.

망고는 5.2%, 복분자는 6.6% 올리는 등 주스가맹점(대리점)이 판매하는 제품도 모두 인상됐다.

통신문이 각 영업 조직에 전파되면서 언론에서는 16일쯤 `칠성사이다 값이 오른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롯데칠성은 출고가 인상 1주일 만인 같은 달 25일 "인상했던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게토레이, 레쓰비, 칸타타의 가격을 28일부터 다시 원래대로 내린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냈다.

롯데칠성은 가격 환원의 이유로 "가격 인상후 국민들이 음료 소비에 어려움을 느껴 이를 해소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을 내세웠다.

그러나 칠성사이다 등 5개를 제외한 20여개 품목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망고와 복분자, 석류, 감귤, 알로에 등의 과일주스는 작년 11월에도 출고가를 인상했었다.

서울 시내 가맹점의 한 관계자는 "작년 11월에 올리고 1년만에 같은 제품의 가격을 또 올렸는데 추가로 인상할 요인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 관계자는 "지난달 5개 품목을 인상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내렸다"면서 "올해 들어 제품 출고가는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신문은 직판점과 과일주스를 판매하는 주스가맹점, 음식점과 유흥업소 등에 납품하는 소사장(소규모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통보 형식으로 전달됐다.

가격을 조정하는 이유는 설탕 등 원부자재 및 포장재 구입가격 상승, 인건비, 유류비 등 기타 비용 상승으로 인한 판매관리비 급등이었다.

전국 150개 가맹점주로 결성된 가맹점연합회는 "경쟁업체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가 어렵다"며 가맹점을 반납 등 단체행동을 할 기미를 보이자 롯데칠성은 내년 마진율을 높여주기로 약속하고 이를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1년만에 두차례나 같은 제품의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규제 당국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의심스럽다`는 여론이 일면서 일부 가맹점주가 공정위에 실사를 요청했다.

가맹점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에 20여가지 품목이 올랐고 일부는 같은 제품이 1년만에 두차례나 올랐다고 말했는데도 반응이 없었다"고 "출고가 인상으로 가맹점도 어렵지만, 결국에는 소비자가 상승으로 이어져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칠성사이다`로 대표되는 롯데칠성은 작년 매출 1조4천억원으로 국내 4대 음료업체 제품의 50%를 점유한 선두 업체다.

제품 가운데 사이다와 콜라 등 탄산음료는 40% 후반, 주스는 50% 초반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 2009년 8월 음료업체들과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217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또 같은해 11월에는 대리점에 소비자 가격을 내리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면서 소비자가를 내리지 못하도록 각서를 받는 등 가격 경쟁을 제한한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5억원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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