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다양한 경제 예측과 시나리오를 쏟아낸다. 문제는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 연구기관들의 예측도 크게 빗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 경제 상황을 보는 시각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경제 전망치를 ‘족집게’처럼 맞추면 좋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전망기관마다 제각각이다. 틀릴 때도 있고, 맞출 때도 있다. 그래서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올해 가장 빗나간 경제예측 10가지’를 발표한다.
국내 연구기관들이 지난해 예측한 2011년 올해 경제 전망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 경제 상황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우리나라는 2009년 0.2%에서 2010년 6% 수준의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보였다. 한국이 세계 7대 수출 강국이 되었다는 가슴 뿌듯한 소식도 있었다. 종합주가지수는 2000대를 돌파하며 37개월 만에 주가 2000 시대를 다시 열었다. 기업경쟁력이 강화되고 체질이 개선되는 등 질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올해 2011년 한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만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2011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연구기관들의 시선은 의외로 ‘비관적’이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경제회복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이맘때쯤 국내 한 민간연구소가 발표한 ‘한국기업의 주요 경영이슈’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경쟁 격화’로 인해 2011년에는 환율, 물가, 금리, 경기 등 거시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시장에서 눈부신 약진을 보여주었던 우리 기업들이 원화강세와 신흥시장에서의 경쟁 격화로 고전할 것이라는 견해였다.
기술적으로는, 세계 산업계가 일대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현재를 대표하는 많은 비즈니스가 사라지고 신산업이 속속 탄생할 것으로 점쳐졌다. 상상력과 인간의 욕구가 만나 기술을 만들었고, 기술은 다시 거대한 신산업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모바일 기기,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IT 트렌드를 신사업 기회로 잡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은 정부, 시민, NGO 등을 대상으로 비시장전략(Non-Market Strategy)을 강화하고 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1년이 지난 현재, 보고서가 예측한 내용은 정확히 현실로 다가왔다. 불확실한 세계 경제와 글로벌 재정위기로 우리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1∼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7%에 불과해 4분기에 큰 폭으로 성장하지 않는 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4.5%)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 대외경제 여건 악화로 내년도 성장률 목표치(4.5%)까지 하향조정해야 할 형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과 민첩성을 키우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됐다. 조직 창의성을 극대화해 새로운 게임 룰과 성장 원동력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다시 연말이 왔다. 이제 다가올 2012년을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해야할 시기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현재의 문제에 허덕이며 미래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야말로 엄청난 재앙이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통찰력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늘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영자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수많은 기업 CEO들이 ‘미래비즈니스포럼 2011’ 행사장을 찾은 이유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