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이다. 때 아닌 부처 개편 얘기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탓이다. 관가와 업계에서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여당과 야당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집권당 대표도 마침내 부처개편의 잘못을 시인했다. 이로써 여야 대표뿐만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 수장까지 부처개편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학습효과도 생겨났다.
바빠졌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자는 기대도 엿보인다.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진영의 인사들도 그림을 그려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야말로 화제다. 아직은 뒷얘기 수준에 불과하지만, 오가는 얘기가 꽤 구체적이다. 학습효과도 한몫하고 있다.
지경부는 현재의 구도를 가장 선호한다. 이전의 정통부에서 정보기술(IT) 업무 등 많은 부분을 가져왔다. 전국 조직인 우정사업본부도 꿰찼다. 현 정부 들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부처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예 통신진흥 업무까지 가져오면 금상첨화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에너지부가 독립돼 나가든, 중소기업부가 만들어지든 쪼개지는 상황이다. IT 컨트롤타워가 생겨난다면 IT업무도 떼내야 한다. 부처 존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
행정안전부도 현재 조직을 선호하는 양상이다. 가능하다면 우정사업본부를 가져오고 싶어 한다. 우본을 가져올 경우 인사에 숨통이 트일 수 있고 전국 조직을 가질 수 있다. 지자체의 빈자리를 우본이 채우는 격이다.
그럴 경우 금감원이 욕심내는 우본의 금융 기능은 양보할 수 있다. 우편 기능만 가지고 와도 전국 조직을 가져오는 셈이어서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정보화 업무를 내놓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그림을 키운다. 아예 방통위를 흡수합병하는 것이다. 체육업무나 관광업무는 민간영역으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내심 문화미디어부를 희망하는 이유다.
의외의 상황도 있다. 문화재청처럼 관광청을 신설하고 체육업무는 민간으로 이양하는 경우다. 디지털콘텐츠 업무는 방통위로 넘어갈 수 있다.
금융감독원도 부처 개편에 관심이 많다. 특히 우본의 금융 업무를 욕심낸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 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정부가 직접 관장할 수 있는 국영 은행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예 새 컨트롤타워를 선호한다. 현재의 합의제 방통위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경험상의 편린이 작용하고 있다. 규제보다는 진흥업무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다.
현재의 방통위 업무영역과 행안부의 정보화업무, 문화부의 디지털콘텐츠 업무, 지경부의 IT산업 업무와 NT, BT까지 가져오고 싶어 한다. 이질적이긴 하지만 기존 과기부까지 합치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기존 과기부는 교과부서 분리해 나오는 상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아직은 모두 거론되는 수준 정도다.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려가 나온다. 대선이 1년 넘게 남았는데 조기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부처의 논의는 시간을 갖고 하는 게 맞다.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한 지난번 부처 개편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핵심이 빠졌다. 국가 조직의 효율성이다. 부처의 기득권에 집착한 나머지 국가 조직의 효율은 뒷전이다. 구미와는 다른 우리만의 특성을 반영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해득실만 남았다. 현상태를 선호하는 부처만 봐도 그렇다. 이기주의란 적을 만나면 조직의 효율성은 꾀하기 어렵다. 그래서 당신들만을 위한 부처개편, 컨트롤타워의 논의라면 절대 사양한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