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가 대세다. 몇 년 사이 이 물결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팝과 오페라가 만나 팝페라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가 생겨나고 동서양 음식이 만나 퓨전요리가 만들어진다. 국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하고 가야금과 기타가 만나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제 낯설지 않다.
문화와 예술에서만 융합이 있는 것은 아니다. IT산업도 컨버전스는 진행형이다. 지난달 열린 한국전자전은 올해로 42회를 맞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모바일·카메라 등 우리나라 IT산업의 미래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문객들은 굳이 해외 IT전시회를 찾지 않아도 국내에서 표 한장으로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모두를 만족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성격이 비슷한 이 같은 전시회는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따로따로 열렸던 것을 지식경제부가 ‘IT 연합군’라는 대주제로 한 곳에 모은 것이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대전이 열렸다. 국내외 300여개 업체가 참여해 녹색 신기술 향연을 펼쳤다. 지난 16일부터 사흘간은 같은 장소에서 전력신기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2회 코리아 스마트그리드위크’가 열렸다. 앞서 6월에는 환경부가 주최하는 ‘그린에너지전 2011’도 개최됐다.
서로 다른 듯 싶지만 겹치거나 혹은 비슷하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부터 이를 계통으로 연결하는 전력신기술까지 포장만 다를 뿐 내용물은 비슷하다. 신기술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를 꾀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에도 차이는 없어 보인다.
지난달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는 2주후 또다시 행사장에 부스를 열었다. 중복참여로 실질적 이득은 없지만 울며 겨자 먹기다. 고만고만한 내용을 다시 재탕했다. 보통 부스설치 비용은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가량 소요된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 인력이 낭비되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방문객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 이전 전시회에 참관한 방문객은 이후 전시회에서도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관람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내년에도 성격이 비슷한 행사가 따로따로 열린다면 당연히 관람객은 또다시 유사한 전시물을 반복해서 봐야 한다.
구성이 비슷한 전시회는 해외 바이어 유치에도 부정적이다. 참가기업이나 행사내용에서 차별화되지 않은 여러 행사만 나열되다 보면 나쁜 인상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
전시회를 주최하는 각 기관별로 온도차는 있을 수 있다. 행사별로 확실한 차별화가 불가능하다면 산업-시장-인프라-소비부문별로 분류해 전시회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규모가 커진다면 참가기업의 정보교류와 투자·수출상담 역시 확대될 것이다. 여기에 에너지 절약캠페인 전시회를 함께 여는 것도 방법이다.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다양성을 통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이 베일을 벗는 위대한 탄생을 기대한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