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계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이’ 굴러가는 듯 한 형국이다. 수신료 인상이 그렇고, 미디어렙이 그렇다. 공·민영 방송의 정체성도 그렇다. 올해가 KBS, MBC의 TV·라디오 개국 50주년이다. 변혁의 계기가 되길 기대했지만 그냥 ‘이대로’ 갈 낌새다. SBS는 독과점 경영에 재산을 불리더니 세무감사를 받는다고 한다. 케이블과 종편도 격변하는 세상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옛 방식대로 영역 확장과 이익 창출에만 목을 맨다.
신(神)의 영향력과 버금간다는 게 방송이다. 방송이 지금 우리 사회가 앓는 중병을 모른 체 한다면 그 존립가치를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우리의 이념간, 빈부간 양극화 현상을, 여기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극명하게 표출된 세대간 간극까지 추가해 ‘신 한국병’이라 명명하고자 한다.
방송계가 이제 더 늦기 전에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깨고 이 신 한국병 치유에 앞장서야 한다. 우선 지상파 공영방송사가 솔선해 현란한 콘텐츠보다 이 망국병을 추방하는 프로그램에 헌신했으면 좋겠다. 케이블과 종편도 시청률과 수익 챙길 생각보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하면 바르게 끌고 갈까를 고민하길 바란다.
나는 방송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방송이 국민을 만든다’는 말을 많이 접했고 또 자주 쓴다. 명언이다. 방송이 일방적으로 국민을 가르치고 교화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좋은 방송이 많은 사람의 사고와 인식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방송의 사회적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방송매체가 좋은 국민,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는 공정, 공생, 소통은 참 좋은 정책 방향이다. 그런데 기득권층은 말로만 하고 서민들에게만 실천하라 한다. 참으로 딱하다. 그러니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최악인 나라가 되었다. 불신의 골은 더욱 패여 이 신 한국병은 깊어만 간다. 방송계가 앞장서 실천하고 환경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만 했더라도 이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방송이 기득권층을 독려해 솔선수범하게 하고 그 실적을 국민 눈에 보이게 하고, 만져 느끼게 해야 한다.
방송계, 특히 공영방송인 KBS, MBC가 먼저 나서라. 수신료 인상도, 높은 시청률도 필요하겠지만 먼저 사회통합 기능에 앞장서야 한다. 기득권층의 겸손과 솔선수범을 독려하고 발굴해 나라 발전의 길잡이로서의 역할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라고 공영방송 체제를 유지하는 게 아닌가.
EBS는 많은 학부모가 고통스러워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게 하는 사교육비 문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케이블이나 종편도 나라 장래를 함께 걱정하는 데 열성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신 한국병을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김성호 객원논설위원·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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