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국책과제 연구비 관리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GIST의 한 교수는 정부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납품업체와 짜고 물품 허위구매와 연구원 인건비 등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교수는 납품업체를 통해 컴퓨터, 서버구축 장비, 소모성 부품 등을 허위로 구매해 1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빼돌린 혐의다. 인건비는 ‘각 기관 내 체결한 연구용역계약서와 과학기술 연구비 관리지침’에 따라 용도가 명확히 기재돼 있지만, 이를 인턴학생 유치와 외국인 교수 숙박비 등으로 사용해 용도를 어긴 것으로 발표됐다.
◇권한 집중에 폐쇄적인 연구풍토 한몫=GIST 내 연구과제 책임자는 조교수급 이상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 일부 교수진은 대학 내 주요 보직의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어 재무나 회계, 계약과정에서 문제점이 파악되더라도 이를 개선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또 폐쇄적인 연구풍토도 문제로 제기됐다. 지도교수가 대학원생들의 석·박사 논문심사 등 이른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설령 비리가 발생하더라도 눈을 감거나 동조하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신청한 물품구매 및 도급계약서를 살펴보면 재무팀의 검수 사인이 모두 기재돼 있었다. 검수 및 수령서를 최종 확인하는 담당 교수의 사인만 있으면 비용집행이 가능하고 이후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대용량 토너를 구매한 후 이를 하루 만에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소모성 예산’이라 적발이 쉽지 않은 것이다.
GIST 한 관계자는 “교수진 모두가 박사급 엘리트 출신으로 자부심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며 “고유한 전문분야가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컨트롤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관리시스템 개선 ‘발등에 불’=17일 창립 18주년을 맞는 GIST는 검찰의 강도 높은 보강수사가 예정되면서 초긴장 상태다. 그동안 쌓아온 우수한 연구실적과 전문연구기관의 신뢰도에 흠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연구과제는 고도의 투명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잘못이 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재무계약 및 검수과정의 투명성 확대와 규정 위반 시 처벌 강화 등 연구비 집행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특단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GIST의 한 교수는 “대다수의 교수진은 연구 성과를 높이고 후학 양성에 솔선수범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되며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