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하나로 보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필립스는 2008년 글로벌 성장을 위한 ‘IT 중앙 집중화’ 전략을 택했다. 세계 법인 업무를 지원하는 IT 전략이 글로벌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대대적 조직 개편을 동반한 이 계획은 2009년 7월 현실화됐다. 세계 100여개 국가 판매조직 12만명에 달하는 전 직원 업무 방식이 바뀌었다.
국경을 허물고 제각기 역할을 띤 거대한 조직들로 구성된 글로벌 IT 체계가 탄생했다. 이어 2년이 지난 2011년 필립스는 또 한번 알을 깨고 있다.
◇중앙 집중식 글로벌 단일 IT 체계로=필립스는 2007년 향후 5년간 성장을 이끌 새 IT 조직 체계와 운영 전략을 짰다. 기업 전용망 대신 인터넷 웹 기반으로 전환을 포함해 빠르고 편리한 IT 인프라 마련을 위한 개선을 시도했다.
2008년 2월 필립스 경영진이 발표한 ‘비전2010’을 통해 미래를 이끌 글로벌 IT 전략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골자는 단순화(Simplicity)였다. 사업별·나라별로 따로 운영되던 IT 조직은 하나의 글로벌 조직으로 통합, 중앙에서 직접 관리키로 했다.
필립스의 ‘원(One) IT’는 이렇게 출범했다.
고객, 시장, 기업통합, 공급, 정보, 전사자원관리(ERP), 인사, 접속, 혁신의 가치 공간으로 구분된 9가지 가치 영역을 정하고 세계가 공유토록 했다.
원IT 조직은 11개의 클러스터로 이뤄졌다. 기능적으로는 하나의 CIO 오피스 하위 애플리케이션 부문과 인프라스트럭처 부문이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세계 모든 IT 조직은 클러스터에 소속되면서 동시에 △네트워크 & 텔레콤 △데이터센터 운영 △협업 & 생산성 △개인정보 & 접근 관리 △엔드유저 디바이스 △R&D IT △최종 사용자 관리(End-user Care) 6개 기능별 조직에 속하도록 했다.
국경을 허물고 ‘역할’에 따라 세계를 나눈 셈이다. 기능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국경을 넘어 IT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도록 했다. 세계 임직원들은 어떤 IT 요구 사항도 ‘최종 사용자 관리’ 조직에 의뢰하면 되도록 했다. 이 최종 사용자 관리 조직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구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바뀐 조직 체계에 맞춰 업무 절차도 새로 만들었다. 사용자가 직접 담당자를 찾던 방식에서, 최종 사용자 관리 조직이 사용자들의 요청을 받아 기능별 서비스 조직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웹상에서 B2B 협업 등 인프라도 개선하고 통합 계정을 기반으로 한 접속 모델 개편도 동반됐다.
◇표준화 강점 있지만 문제도 도출…“혁신은 계속된다”=원IT 전략을 통해 얻은 가장 큰 효과는 세계 IT 전략의 표준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IT 주변장치 등 모든 자산이 6개 글로벌 기능 조직의 방침에 따라 운영되니 표준화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운영, 구매, 발주와 처분 등을 이들 조직에서 직접 관리해 가격 협상도 유리해졌다.
사용자별 업무 특성은 7가지로 표준화했다. 각 특성에 맞는 IT 기기를 제공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도록 했다.
인적 자원의 중복 부분도 해소했다. 기능에 따라 세계 지도를 나누니 한 사람의 IT 인력이 지원하는 영역이 한 나라가 아닌 클러스터 혹은 지역 단위로 확대됐다. 부문과 나라별로 IT 인력 아웃소싱 전환도 이뤄졌다.
김경석 필립스전자 상무는 “사용자가 이메일, 전화, 서비스 전용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내 IT에 대한 요청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해외 출장 중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그곳이 자신의 사무공간이 되는 플러그인(Plug-in)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원IT를 실행해오며 도출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길어진 리드타임이었다. 최종 사용자로부터 서비스 요청을 받아 기능 조직에 의뢰하고 서비스가 제공되는 동안의 복잡한 양식 절차 그리고 담당자 부재 등으로 인한 시간 지연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착수했다. 담당자들의 지식 정보 DB를 잘 축적해 공백으로 인한 서비스 단절을 예방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져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목록도 늘려 어느 지역에서도 불편 없이 맞춤형 표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수준협약(SLA)도 고민하고 있다. 김 상무는 “SLA는 매우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잘못 체결하면 서비스 성과가 우수하지만 사용자 만족도는 저조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