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오월동주

 오나라 왕 부차는 장작더미에서 잠을 자며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했다. 결국 월나라 왕 구천을 굴복시켰다. 하지만 쓸개즙의 쓴맛을 매일 맛보며 복수 기회를 노린 구천에게 다시 패해 자결하고 만다. 와신상담(臥薪嘗膽) 고사다.

 원수지간인 두 나라를 두고 나온 ‘오월동주(吳越同舟)’ 고사도 잘 알려져 있다. 손자(孫子)가 “오나라와 월나라는 원수처럼 미워하는 사이지만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바다를 나갔다가 풍랑을 만난다면, 오히려 서로 긴밀히 도울 것”이라고 말한 일화에서 유래됐다.

 국내 통신·휴대폰 업계에도 ‘오월동주’가 한창이다. 와신상담하며 호시탐탐(虎視耽耽) 노리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바로 ‘롱텀에벌루션(LTE) 대중화’다.

 내년 국내에 내놓을 전략 스마트폰은 통신사든 제조사든 하나같이 ‘LTE폰’으로 맞추고 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통신사들은 차세대 서비스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있다. 제조사는 3세대(G)에서 애플에 당한 수모를 4G에서는 되돌려주겠다는 전의까지 불태운다.

 제조업계엔 LTE폰으로 애플 ‘아이폰4S’를 견제하려는 공감대도 강하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LTE 바람이 부는 미국 시장으로도 LTE 오월동주를 넓힐 태세다.

 일촉즉발(一觸卽發) 특허싸움을 벌이는 삼성과 애플이 오월동주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양사가 요란하게 특허전쟁을 벌이면서 스마트폰과 관련된 주요 기술을 이들이 모두 보유한 것처럼 비쳐지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뉴스에서 밀리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하면 삼성과 애플이 떠오른다. 이른바 ‘특허 마케팅’이다. 결국 크로스 라이선싱으로 일단락될 특허전쟁에서 삼성과 애플은 잃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세계 IT시장은 패러다임 변화라는 격랑에 휩싸였다. 일단 살아남고 봐야 한다. 오월동주 전략은 그래서 유효하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불안한 동거’로 과연 누가 이득을 보는지. 오월동주는 ‘전략적 사고’가 정말 중요하다.

 장지영 정보기기팀장 jyaj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