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의 매력을 모두
국산 중형차 시장이 오랜만에 제대로 된 4파전 구도를 형성했다. 그 동안 GM대우 토스카가 늦은 모델 교체로 인한 상품성 저하로 존재감이 상실되면서 쏘나타와 K5 양강 독주 체제를 SM5가 힘들게 견제하고 있었는데, 기다리던 제4의 중형차 쉐보레 말리부가 11월 본격 출격을 앞두고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
신차 발표회와 미디어 광고에 이어 쉐보레 말리부 미디어 시승회가 열려 경남 창원 중앙역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짧은 구간에서 말리부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미국 서부 아름다운 해안 말리부를 대신할 장소로 대한민국 대표 해안인 해운대를 시승 장소로 잡은 것은 좋았지만 아쉽게도 비가 내린데다 차도 많이 막혀 해운대와 말리부를 만끽하긴 힘들었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쉐보레 브랜드 대표 모델인 말리부는 1964년 처음 등장한 이후 850만대 이상이 판매 되었으며, 이번에 8세대 모델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판매가 이루어진다. 8세대에 이르는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높은 가치를 가진 것이다.
시승을 위해 도열해 있는 수십 대의 말리부 모습에서 웅장함이 느껴진다. 차체 크기는 쏘나타보다 45㎜ 길고, 20㎜ 넓으며, 5㎜ 낮은데, 휠베이스는 58㎜ 짧다. 그리 큰 차이는 아니지만 직선을 잘 살린 디자인에서 당당함과 고급스러움이 베어 나오는 것이다. 이제는 많이 친숙해진 황금색 보타이 로고는 언제나 전면 액센트로 작용한다.
실내는 넓은 듯 안정적인 디자인으로 현대차처럼 화려하지 않다. 요란하지 않고 수수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화려함과 수수함은 선호의 차이가 있겠지만, 재질은 좀 더 고급스러워져야 할 듯 보인다. 버튼이 화면 바깥 둘레에 숨어 있는 넥스트 젠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들어 올리면 그 안쪽엔 전통이 되어 가고 있는 ‘시크릿 큐브’가 숨어 있다.
엔진은 170마력 2.4 에코텍 엔진이 상급에 마련되어 있고, 시승차에는 141마력 2.0 엔진이 자동 6단 변속기와 함께 장착되었다. 경쟁차 직분사 방식 2.0 엔진에 비해 출력이 낮은 점은 두고두고 지적 거리다. 실제 주행 느낌은 어떨까.
우선 준대형 이상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숙성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더불어 탄탄한 하체와 매끄러운 주행 감각에서 숙성된 하드웨어를 느낄 수 있다. 반면 많이 지적되어 온 출력 부분은 기대이상으로 큰 차체에 두드러지지 않는 엔진 출력으로 가속감이 최근 경쟁차에 못 미친다. 꾸준하게 회전이 상승하지만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맛이 부족하다. 그저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라고 만족해야 하겠다.
기어 레버를 D 아래로 내려 수동모드로 전환하려면, 기어 레버 정수리에 있는 버튼으로 수동 변속할 수 있다. 변속 버튼이 레버 옆구리에 붙어 있는 차들이 몇 있는데, 머리 꼭대기에 달리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변속 때마다 매번 손을 옮겨서 작은 버튼을 찾아 조작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6개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동급 최초로 차선 이탈 경고 장치와 무릎 상해를 막아주는 페달 분리 시스템도 달아 안전성을 높였다. 알페온 때 지적됐던 하이패스 장치는 이번에는 미리 달고 나왔다.
평소 급가속이나 과속을 많이 하지 않고, 웅장한 스타일과 조용한 실내, 그리고, 안정감 있는 주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