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17일 43개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내부거래는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회사 간에 이루어지는 거래행위다. 제품을 경쟁사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기 위해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한다. 영업기밀 노출 등 보안문제 때문에 외부 회사에 맡기지 않고 내부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매출의 평균 12%가 내부거래였다. 그다지 높지않은 수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비상장사일수록, 총수일가 지분이 많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부당 내부거래일 때다. 제품 가격·거래조건 등을 계열회사에 유리하게 차별 거래하거나 임직원에게 자사 제품을 강요하는 사내판매 행위 등을 들 수 있다. 또 자기 회사 제품을 사도록 납품업체에 떠맡기는 거래강제, 정당한 이유없이 비계열사와 거래를 기피하는 거래거절 등이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한다.
눈여겨 볼 점은 총수 기업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일감몰아주기는 수혜 기업의 기업가치가 짧은 시간 내에 급상승, 일부 주주가 막대한 주가상승 이익을 얻는 등 세금 없이 부가 대물림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감 몰아주기 대상 기업의 대주주가 대부분 오너 2세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부의 대물림에 과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 특수관계법인 간 일감몰아주기로 발생한 이익을 증여로 간주하고 과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경영 판단에 과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공생발전을 화두로 내세운 정부와 시장논리에 따르자는 대기업의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될 듯하다. 그러나 결론은 반드시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