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가수의 전속계약과 공정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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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기 여배우가 열악한 제작 조건 때문에 드라마 촬영을 거부하고 사라졌던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하지만 기억을 더 되살리면 소속사 대표로부터 접대를 강요받은 신인 여배우가 자살했으며, 방송 프로그램 해외 촬영을 하던 배우가 현지에서 병을 얻어 사망한 일도 있었다.

 소속 기획사의 출연 요구에 연예인이 억지로 그저 따라야 하는 문제의 뿌리는 연예인과 기획사 간 불공정한 계약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민법 제 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공정거래법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법조항에 근거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연예인 지망생이 기획사와 맺은 전속계약 중 상당수가 불공정하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계약상 전속 기간이 최장 13년에 이른다는 점이다. 활동 기간이 짧은 아이돌 가수에게 이 정도 기간은 사실상 ‘평생 계약’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고 연예인 지망생을 보호하기 위해 공정위가 작성한 표준계약서를 보면 ‘전속계약기간이 7년을 초과하면 연예인 지망생은 언제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공정위의 노력으로 우리 문화산업이 합리적인 체계를 갖춰 가는 것은 분명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한류를 이끄는 K팝(Pop)은 아이돌 그룹이 주류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어릴 때부터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오랜 기간 철저한 연습한 후 데뷔한다. 훈련 과정에는 반드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획사는 장기간의 투자에 따른 적정한 이익을 내야 한다. 반면 연습생에게는 적정한 대우가 보장돼야 한다. 이처럼 상반된 이해 관계 때문에 연예인의 수입 배분에 대해 그 비율이 얼마든 항상 어느 한 쪽은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간혹 기획사와의 갈등이나 소송으로 아까운 재능을 마음껏 펴지 못하고 사라지는 연예인도 있다. 뛰어난 재능을 그저 묻혀야 하는 연예인을 위해서나 장기적인 투자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기획사를 위해서나, 또 문화콘텐츠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모두 수긍할 공정한 원칙이 필요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보다 공정한 원칙이 굳건히 자리 잡아야 한다. 나아가 이해 당사자 모두의 공생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하지만 공정한 원칙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모처럼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콘텐츠 공정거래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우 뜻깊다. 콘텐츠 업계가 적극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두가 공감하는 원칙을 세우고 아름답게 공생하기를 기대한다.

 김형진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interc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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