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지탱하는 힘, 온리 원 지방 강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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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와 LCD에 이어 TV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산업이 하나둘씩 무너졌다. 또 다른 기둥인 자동차 산업도 도요타 리콜에 이어 대지진 피해가 겹쳐 하향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은 다른 제조업 경쟁력도 함께 떨어뜨렸다.

 안팎에서 악재에 시달리지만 일본은 여전히 건재하다. 굳건한 뿌리처럼 일본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을 휩쓰는 일본의 ‘온리 원(Only One)’ 지방 강소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일본의 지방 강소기업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압도적인 세계 시장 점유율 △유일한 독보적 기술력 △전통 산업에 뿌리를 둔 첨단 제조업 등이다. 조 단위 매출은 아니지만 엔고 쓰나미에도 흔들리지 않고 탄탄한 수익성을 자랑한다.

 

 ◇직물의 고장에서 탄생한 편광판 장비 1위 업체=나라 시대부터 일본 제일의 직물 산지로 알려진 군마현 기류시. 이 곳에서 탄생한 니시공업은 세계 편광판 장비 시장 80%를 차지하는 강소기업이다. 편광판은 한국이 일본을 눌렀지만 장비는 니시공업이 독보적이다.

 LCD 패널 핵심 소재인 편광판은 얇은 필름을 요오드로 처리한 후 길게 늘여서 만든다. 직물의 고장에서 염색 기계를 만들던 니시 데이조오 사장은 지난 1997년 편광판 장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편광판 제조 장비 핵심은 수지 필름에 주름이나 얼룩이 들어가지 않도록 균형 있게 펴주는 기술이다. 색이 골고루 배도록 천을 가공하는 염색 기계 원리와 거의 같다. 니시공업은 오랫동안 쌓은 염색 기술을 활용, 편광판 장비에 필요한 롤러나 베어링을 자체 개발했다.

 편광판 업체들이 장비를 자체 개발하려 하지만 니시공업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다. 니시 사장은 “세계 어디에도 경쟁사는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0년 매출은 39억엔(약 587억원)이며 이익은 2억엔이다.

 

 ◇압도적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독점=가고시마 남쪽 사쓰마시. 인구 4만명도 안 되는 소도시에 위치한 엘름은 DVD 복구 장비 시장 90% 이상을 잡고 있다. 표면이 손상된 DVD를 복구해주는 기능이다. DVD 임대 업체는 물론이고 미국 대형 도서관까지 고객이다.

 기존 복구 장비가 DVD를 1장씩 놓고 연마제를 바르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 반면에 엘름 장비는 스위치 한 번만 누르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더욱이 한 번에 50장을 처리한다. 경쟁제품보다 압도적으로 기술 우위를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야하라 다카카즈 사장은 대학 졸업 후 6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에 엘름을 창업했다. “하도급이 아닌 독자 기술로 승부를 걸겠다”는 신념으로 전기, 기계, 소프트웨어 등 모든 분야의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이른바 ‘장인 정신’이다.

 작년 14억엔(약 210억원) 매출에 1억엔 내외 이익을 올렸다. 최근 미세 밝기 조절이 가능한 LED 조명을 자체 개발, 제2의 도약을 노린다. 벌써부터 대형 양판점과 호텔에서 제품 구매 의사를 타진해왔다.

 

 ◇친환경 틈새시장으로 거둔 성공=도자기의 도시 사가현 아리타마치에는 아쿠아패스라는 강소기업이 있다. 도자기의 깨끗함을 살려 전자 부품 세정기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었다.

 세정기 시장은 유기 용제를 쓰는 화학 세정기가 90%를 차지한다. 화학 세정기는 환경 오염 문제를 일으킨다. 아쿠아패스는 유기 용제를 물로 대체한 세정기를 개발했다. PCB 등 전자부품 분야에서는 물 세정기가 환영 받는다. 틈새시장이지만 아쿠아패스가 독점 상태다.

 아쿠아패스도 출발은 화학 세정기다. 업체가 난립한 화학 세정기 시장은 가격 경쟁이 너무 심해 세정액 업체만 돈을 버는 상태였다. 이마이즈미 고이치 사장이 찾은 대안은 ‘물’이었다. 제로에서 시작해 물 세정기 기술 노하우를 쌓았다.

 2010년 회사는 7억2000만엔(약 108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익은 전년 대비 16% 가량 줄었지만 이마이즈미 사장은 표정은 밝다. 그는 친환경 자동차 전지 관련 대형 수주를 눈앞에 뒀다. 친환경 바람이 불수록 물 세정기 시장은 성장하기 마련이다.

 

 일본 각지의 온리 원 강소기업

자료:니혼게이자이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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