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우리 경제·산업 전체를 위협하는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달러당 1200원 선을 뚫을 기세인 환율이 위기 돌파를 돕기는커녕 부담만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이 수출기업에는 ‘호재’란 등식도 깨졌다. 환율 10% 상승 시 10~15%의 영업외 수익을 올렸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도 이번 4분기를 포함, 내년까지 역마진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5일 금융권은 환율 1200원대 진입이 시간문제라고 보고 관련 산업 악영향과 경제 파장 분석에 집중했다.
지난 4일 장중 1200원대를 돌파했던 환율은 이날 외환시장 개장 직후부터 1193원대 공방을 지속하다가 막판 1190.4원으로 마감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외국인 주식처분 대금 송금 물량과 투자이익 안전 자산화 요구가 맞물려 당분간 환율 상승세는 불가피한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은행의 한 딜러는 “유럽 자본의 달러화 수요가 많은데다 결제상 달러 수요가 많은 국내 수입업체들도 앞으로 환율이 오를 것에 대비해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많다”며 “당국이 개입하려 해도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선을 지키기 위해 달러 매도 대응 수위는 아주 미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4분기 환율이 평균 1200원대에 안착한다면 당초 우리 주요 수출기업의 전망치 작성에 기준이 됐던 1100원보다는 9.1% 오르게 되는 셈이다. 예년 같으면 이럴 때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실적 전망치에 수익은 통상 10% 안팎 상승한다. 그러나 이번엔 이야기가 다르다.
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달러화 가치 상승이 메인(중심)이 아니라 수요 침체가 핵심”이라며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은 이미 현지 제품 판매가격 하락 등으로 상쇄된 상태고 이후 추가적인 수요 하락이 온다면 수익 하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찬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통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 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이득을 볼 수 있지만 현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꼭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설비 투자 역시 장비 수입업체 등에는 비용 부담이 늘어나므로 투자가 다소 제약될 수 있다”며 “원래 세운 투자계획을 지연하거나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수출 부문과 함께 내수 악화도 불 보듯 뻔하다.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과 제품 가격 인상은 얇아질 대로 얇아진 소비자 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 시장이 가진 불확실성을 지탱해줄 것은 내수밖에 없지만 이조차 부정적인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대기업 납품과 내수에 기대를 걸고 있는 중소기업들에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만난 중소기업 CEO들은 “아직까지 중소기업 생산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가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의 발빠른 대응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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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