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김과학씨(가명)는 지난해 SCI 등재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최근 후속연구를 위해 학교 도서관을 찾은 김씨는 당혹스런 일을 겪었다. 도서관 인터넷으로 자신이 쓴 논문을 보려했는데 돈을 내야 했다. 김씨 논문이 수록된 학술지가 이 학교 도서관이 구독하는 학술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논문이 수록된 학술지를 해외출판사가 유료로 판매하기 때문에 이용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도서관이나 개인은 비용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자신이 쓴 논문을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은 것이다.
각종 학술정보를 인터넷상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자는 새로운 정보유통 패러다임인 오픈액세스(OA·Open Access) 활동이 국내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문화부가 지난해 처음 오픈액세스 행사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도 세계 오픈액세스 주간(10월 24~28일)에 맞춰 내달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붐 확산에 나선다.
오픈액세스 운동이 세계적으로 시작된 건 2000년 초다. 학술논문 저작권이 해외 상업출판에 이양되면서 나타난 학술논문 종속화와 비용 문제가 직접적 원인이 됐다. 김과학씨 사례처럼 자신이 쓴 논문임에도 저작권이 출판사에 있기 때문에 돈을 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오픈액세스 운동을 촉발했다. 학술지 가격이 계속 오른 것도 한 이유다.
미국 연구도서관협의회(ARL)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학술지 가격이 매년 10% 정도 상승했다. 지난 2009년 국가예산으로 SCI에 게재된 우리나라 논문은 2만4174편이다. 이들 논문 다수는 유료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국민이 낸 세금인 공적기금을 지원 받아 작성한 논문임에도 이들 논문을 보려면 저자나 일반인이 또 다시 돈을 내야 한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보유통본부장은 “오픈액세스는 고비용, 비효율적 학술정보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학술정보 유통 패러다임으로 누구나 장벽(이용료·저작권) 없이 학술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하자는 것”이라면서 “학술논문 저자는 자신의 논문이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고 인용되기를 바라지만 저작권을 가진 출판사는 이용을 제한해서라도 이윤을 극대화하려 하기 때문에 양자 간 괴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오픈액세스 정책을 의무화하거나 권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국립보건원(NIH)은 기금을 지원받은 논문을 반드시 오픈액세스 리포지터리(대학·연구소 등이 창출한 학술 성과물을 모아 놓은 장소)에 제출해야 하는 법안(Public Access Policy)을 2008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오픈액세스 활동이 미약하다. 올 8월 현재 세계에 2014개 오픈액세스 리포지터리가 구축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중 11개로 전체의 0.1%가 안 된다. 정부는 오픈액세스 확산을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오픈액세스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한국형 오픈액세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오픈액세스코리아(OAK)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장(국장)은 “우리나라가 세계적 지식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학술지를 비롯한 지식정보를 자유롭게 생산,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인 오픈액세스가 확산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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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오픈액세스(Open Access)
열린 접근이라는 의미의 ‘오픈액세스(OA)’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학술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이용’이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오픈액세스를 주창하는 학자 모임인 ‘BOAI(Budapest Open Access Initiative)’ 선언문으로 본격화됐다. 선언문은 오픈액세스에 대해 ‘누구든지 인터넷 상에서 경제적·법적·기술적 장애 없이 학술논문 전문(fulltext)을 읽고, 내려받고, 복제하고, 배포하고, 인쇄하고, 링크하고, 색인을 위해 논문을 수집하거나 기타의 합법적 목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BOAI는 오픈액세스 대상을 학술논문으로만 한정했지만 동료심사(peer review)를 거친 학술논문이나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출판 전 논문(preprint), 또는 저작물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