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부터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눈앞에 두고 기업들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보안솔루션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하는 기업은 물론, 수혜가 예상되는 보안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기업들은 솔루션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구축해야하는지 눈치만 보고 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들어가는 구축비용이 영세기업으로선 상당한 부담이다.
보안솔루션 전문기업들도 마냥 즐겁지가 않다. 법 시행을 앞두고 문의는 많지만 실제 발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공급은 내년 초부터가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본인 사전 동의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원칙적으로 저장할 수 없고, 개인정보 취급기관의 의무를 대폭 늘리면서 개인정보 제공자 권리를 크게 강화하는 것이 취지다. 의무대상자는 기존 공공기관 및 이동통신사, 포털 등 서비스제공자와 신용정보 이용자에서 모든 민간사업자와 비영리단체, 개인 등으로까지 확대된다.
◇도입업체들 눈치보기 ‘급급’=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는 e러닝 전문기업 이야기(대표 금훈섭)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이미 각 부서별로 개인정보담당자를 배치하고 직원 교육을 실시했다. 방대한 고객 개인정보는 물론 직원들의 정보 보호를 위해 DB암호화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했다. 관련 제품에 대한 견적이 대략 6600만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골프존(대표 김영찬·김원일)도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대비해 관련 솔루션을 미리 도입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불법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침입차단시스템을 설치하고, 기록 위·변조를 막기 위해 개인정보 암호화저장 등 보호 조치에 나섰다. 골프존 역시 보안솔루션 추가 도입에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됐다.
이야기와 골프존과 같은 기업은 비교적 나은 편이다. 현재 영세기업 대다수는 보안솔루션 도입 비용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서비스업체 한 관계자는 “법의 취지는 좋지만 우리 같은 영세업체들은 구축비용 부담 때문에 보안솔루션 도입을 위한 컨설팅조차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정보보호에 대한 세부방침이 정해지지 않아서 통합보안솔루션을 추가로 도입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어느 수준까지 보안솔루션을 갖춰야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보안기업들도 아직은 ‘글쎄’=개인정보보호 시행으로 수혜를 볼 것 같은 보안솔루션 전문기업들도 아직은 문의만 많지 공급 실적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보호 전문업체 위너다임(대표 강창구)은 중소벤처기업들로부터 최근에 하루 수십 통의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 이 업체가 보유한 보안솔루션에 대한 문의도 있지만 대부분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준비와 관련된 질문이다.
보안SW 개발 및 보안컨설팅 전문업체인 에스엠에스(대표 서미숙)도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제품 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서미숙 사장은 “지자체와 기업들도 올해는 보안솔루션 도입을 위한 예산을 잡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안관련 기업의 수혜는 내년 초쯤 되어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중소업체 절반이상이 비용 부담에 앞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영세업자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