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협력에서 창조적 자본주의 확산 동지로.’
이명박 대통령과 빌 게이츠 MS 명예이사장과의 인연은 200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게이츠 이사장은 우리나라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게임진흥원과 각각 차량 IT혁신센터와 글로벌게임허브센터를 공동 건립하는 협정 체결차 방한했다. 양 측이 협력해 관련 분야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세계시장에 손잡고 진출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3억달러에 달하는 투자유치까지 약속한 게이츠 이사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정성껏 준비한 만찬을 함께 했다. 또 세계적인 기업가로서 지혜와 경륜을 빌자며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게이츠 이사장은 흔쾌히 응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또 다른 제안을 했다. 그는 “기술혁신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부를 창출했지만 불균형과 양극화라는 장애를 낳았다”면서 “이제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려야할 때로 한국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개념이었다.
세계 최대 갑부이자 성공한 IT기업 창업자인 게이츠 이사장의 당시 이 제안은 이 대통령에게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한 결과가 됐다는 게 청와대 참모진들의 전언이다.
이후 이 대통령과 빌 게이츠의 공통된 관심사는 선후진국 간 경제적 불균형과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아프리카에 모아진다.
두 사람은 자원도 없고 최빈국이지만 부패와는 거리가 먼 지도자가 있어, 앞으로 한국처럼 성장가능한 국가를 조건 없이 도와주자는 합의를 2010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뤄낸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 때 이 대통령에게 두 번째 제안을 한다. 자신의 아프리카 자원봉사 경험을 얘기하면서 이 대통령도 꼭 가서 봉사해보라는 것. 그 결과가 바로 지난 7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차 아프리카를 방문한 이 대통령이 에티오피아에서 벌인 현지 봉사활동이다.
다보스 회동 이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게이츠재단은 빈곤퇴치와 개발지원 대상 국가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에 머물고 있는 에티오피아를 선정해 구체적인 지원작업을 시작했다.
한국경제기획원을 모델로 에티오피아에 농업혁신청 설립을 이끌어냈고 서울G20정상회의에 말라위 에티오피아 대통령을 초청해 개도국 지원 국제공조를 이슈화시키기도 했다. 지난 7월 이 대통령 현지 방문 때 에티오피아 국무위원 2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개발경험을 공유하는 워크숍도 개최했다. 이장규 전 서울대 교수가 에티오피아 과학기술대학 총장이 된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희토류 등 희귀자원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단기간에 그 성과가 나오기도 어려운 최빈국 에티오피아를 돕는 한국에 국제사회는 어떤 평가를 내릴까.
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은 “이 대통령은 게이츠 이사장과의 만남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생발전, 후대를 생각하는 사회공헌 개념을 구체화해냈다”면서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이나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보다 장기적인 미래 비전으로 만들어나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미국)=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