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스타트업 열풍이다. 스타트업에서 경제 활로를 찾고 있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외신을 타고 속속 전해진다. 2000년 전후 경제뉴스를 도배했던 ‘벤처’란 단어가 10년 만에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스라엘, 중국은 물론이고 보수적 기업문화가 강한 일본도 스타트업 붐에 쌓여있다. 경제성장 한축으로 기대감이 크다.
2000년 ‘벤처’란 용어는 지금의 ‘스타트업’과 같은 개념이다. 당시 벤처(기업)는 매출은 별로 없지만 미래가치를 인정하는 투자자를 영입해 대기업이 하기 어려운 도전적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를 의미했다. 지금 뜨고 있는 스타트업(기업)도 똑같은 형태다. 단지 벤처로 출발해 자리 잡은 기존 벤처와, 2-3년 내 IPO(기업공개) 또는 M&A(인수합병)를 기대하는 신생 벤처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이웃나라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트업 벤처’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그렇다면 2000년대 스타트업 벤처와 지금의 스타트업 벤처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제2 벤처붐이 불고 있는 지금의 IT 환경은 O·N·E(오픈·네트워크·에코)로 함축된다. 네트워킹에 소홀하고, 산업 생태계 상에 존재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은 성장 한계에 직면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외신들도 최근 스타트업 벤처의 성공 조건으로 글로벌 네트워킹 지향성과 오픈 생태계를 꼽는다. 무리한 기업 공개보다는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한다는 점도 주목을 끈다. 미국에서 정착한 스타트업 출구 전략이 아시아권에도 상륙했다고 진단한다.
2010년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IT분야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생겨난 해였다. 우리나라 역시 오픈 생태계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 쇼크도 한몫했다.
벤처는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델 개발자·기술 개발자·서비스 개발자가 주축이 돼야 한다. 개발자라는 별도의 직업군이 형성되고, 그들이 생태계 도움을 받아 기업을 만들고, 노하우를 팔아 부를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 벤처가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생태계 자체에 대한 우려는 크다. 실패에 대한 책임론 부각, 무늬만 벤처들의 물 흐림이 도전 의식을 꺾었다. 취업을 위한 이력 쌓기 용도로 벤처를 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사실 벤처가 실패할 확률은 도전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매우 높다. O·N·E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오픈·공유 등으로 정보 습득이 용이해져 창업을 위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과거에 비해 더욱 치밀한 전략과 노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증가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 전체 경제 산업면에서는 자산으로 작용한다. 실패한 도전자도 지속적으로 재기를 꿈꿀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벤처 입지가 좁아지면서 어느 샌가 일반인들은 벤처기업과 중소하청기업을 동일시하기 시작했다. 이는 대기업 논리에서 벤처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O·N·E 시대에 한국형 벤처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나라마다 창업 환경과 문화가 다른 만큼, 벤처 여건을 조성할 ‘한국형 벤처 정책’은 강하게 드라이브해야 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