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엔고를 무기로 아시아 기업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90년대 초반 버블시대 이후 일본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이 가장 많은 가운데 대상도 북미와 유럽 위주에서 벗어나 아시아 지역이 주류로 떠올랐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의 활발한 아시아 지역 M&A를 6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일본의 아시아 기업 M&A는 143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 M&A는 작년보다 50% 이상 수직상승했다. 그동안 8월까지 아시아 지역 M&A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의 98건이다. 아시아 지역 M&A 중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으로 30% 정도 차지했다.
같은 기간 북미와 유럽 기업 M&A는 131건이다. 일본의 M&A 중 아시아가 북미나 유럽보다 많은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전체 M&A 수도 305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8월까지 M&A가 300건을 넘은 적은 버블 경제가 최고조를 달리던 199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의 M&A 급증은 엔고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고로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진 반면 기업을 살 수 있는 자금은 풍부해졌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M&A 대열에 동참했다. 북미와 유럽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일본은 성장률이 꾸준한 아시아 기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본은 아시아 기업을 사서 현지 제품 공급에 활용한다. 제철 내화물 전문업체인 구로사키하리마는 인도 동종 업계 1위인 타타리프렉트리를 인수, 현지 제철소에 제품을 공급한다. 전자부품 업체 구로다덴키는 베트남 자동차 부품업체를 산 후, 현지 진출 자동차업체와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니와 쇼이치 레코프데이터 이사는 “시장이 성숙한 북미나 유럽보다는 성장세의 아시아 지역 M&A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야노 요시히코 골드만삭스 이사는 “아시아 국가는 규제가 많고 허가가 지연되는 사례도 잦아 M&A를 할 때 충분한 사전 조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