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 사업 가로챈 KAI, 깊은 반성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벤처기업 쎄트렉아이의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3A호 위성본체 주관개발사업자’ 자격을 가로챈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2800만원을 부과했다. KAI는 통합컴퓨터를 비롯한 여러 위성부분품을 본체 개발사업자에게 반드시 공급하도록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당하게 이용해 아예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빼앗았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부당한 거래거절’ 행위였다. 사업 발주자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정부가 국산 위성부분품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한 입찰조건을 악용해 자사 이익을 챙긴 것이다. KAI로부터 국산 위성부분품을 공급받지 못한 쎄트렉아이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326억원짜리 ‘아리랑 3A호’ 본체 주관개발을 통해 중견 우주기술기업으로 도약하려던 꿈도 흔들렸다.

 2000년 1월 설립된 쎄트렉아이는 우주기술 인력을 중심에 둔 벤처기업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위성을 개발하던 인력이 뭉쳤다. 한국 첫 과학실험위성인 ‘우리별 1호’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지구관측위성 분야에서 나름대로 밑바탕을 다졌다. 10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다목적 실용위성 개발을 주도할 ‘첫 민간기업’으로 선정되는 개가를 올렸다. 그런데 KAI의 부당한 거래거절에 막혀 긴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대강 보아 넘길 수 없는 것은 KAI가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대우중공업·삼성항공산업·현대우주항공이 함께 설립한 회사다. 매출 1조2667억원에 영업이익을 1210억원이나 낸다. 이런 대기업이 매출 220억원(이상 2010년)에 불과한 벤처기업의 사업을 가로챘다. 욕심이 사납다. KAI는 더 큰 호흡(반성)으로 항공우주산업 중심에 제대로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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