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는 죽지 않는다(大馬不死)’.
바둑판에서 등장하던 이 용어가 이제 경제판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 규모가 클수록 웬만한 어려움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대체로 대기업, 대형 금융사들이 ‘대마’로 비유된다. 하지만 바둑판과 달리 경제판에서는 역설적으로 사용된다. ‘대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무너질 경우, 전체판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 정부가 무조건 살려낸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사’하지만 그 과정은 정반대인 셈이다.
바둑판에서 대마는 ‘안전지대’를 뜻하지만 경제에서는 ‘위험지대’로 돌변한다. 대마를 지켜내기 위해 대부분 국민세금인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되고 결국 서민경제 파탄을 몰고 오게 된다.
바둑에서 불사는 전체를 살려내는 ‘선순환’이지만 경제에서는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악순환의 출발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정책자금을 지원해 무너져가는 대형 금융사들을 살려낸 것이 대표 사례다. 우리나라 정부도 외환위기 때 같은 일을 벌였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금융기관을 살려내는 과정을 소상하게 알린 저서 제목인 ‘too big to fail’은 대마불사의 영어식 표현이다. 이 책도 대마를 살리기 위해 전체 판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대마불사를 역설적 의미로 풀이했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의 무리한 지원이 최근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 여파로 세계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각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자신의 대마를 살리려다가 스스로 위기에 빠져들었고 이제는 이웃까지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게 수십 년간 가장 큰 대마 역할을 해왔다. 세계 경기가 어려워도 미국 시장만큼은 안전한 뒷배였다. 이제는 상황이 돌변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이번 사태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 침체도 장기화될 조짐이다. 대마불사는 이제 옛말이다. 경제 9단들이 위기를 돌파할 묘수를 찾아내야할 때다.
서동규 반도체디스플레이팀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