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 사골처럼 깊은 맛, 쌍용 뉴 체어맨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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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어맨 W는 자가 운전이 큰 의미가 없는 모델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차 중 가장 뒷좌석 중심으로 만들어진 차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우선 뒷좌석에 앉아 사장님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문을 여니 뒷좌석도 ‘어서 오세요’ 하듯 시트가 움직이면서 공간을 넓혀준다. 아늑한 시트에 몸을 기대고 주위를 둘러보니, 없는 게 없다. 조절 폭이 큰 시트는 비행기 비즈니스석처럼 눕는 것 같은 자세까지 가능하다. 게다가 머리를 아늑하게 감싸주는 헤드레스트는 어찌나 편한지. 전동으로 유리창 햇빛 가리개를 올리면 프라이버시 보호도 된다.

 사실, 차의 크기에 비해서는 다리 공간이 아쉬운 편이다. 하지만 버튼만 눌러주면 운전석 옆자리를 앞으로 끝까지 밀어 다리를 뻗을 수 있고 전방 시야를 가리는 머리받침도 쪼개서 접어버리면 그만이다. 이런 차의 뒷좌석에서 누리는 호사의 정점은 마사지 기능이 아닐까. 뉴 체어맨 W도 3단계 마사지 기능을 제공한다. 느긋한 자세로 앉아서 앞좌석 사이 모니터에 비춰지는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능이 많은 차는 익숙해지기까지 한참을 헤메기 십상이지만, 뉴 체어맨 W는 구형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탓인지 쉽게 각종 기능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막상 뒷좌석에 타고 이동하니 자가 운전 때와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일단 승차감이 좋다. 운전할 때는 신경 쓰였던 물렁거림이 뒷좌석에서는 썩 마음에 든다. 사장님차라서 뒷좌석 승차감에 더 신경을 썼나 싶다. 차체 쏠림도 줄어든 것 같다.

 앞좌석 주위도 크게 바뀐 것은 없지만, 경쟁력은 여전하다. 철판에 구멍을 송송 뚫은 듯한 ‘에어 샤워 벤트’는 지금 봐도 멋진 아이디어다. 요즘에는 10인치 와이드 화면이 달려나오는 차도 있지만 체어맨 W 8인치 터치스크린도 시원스런 느낌을 준다. 이런 차에 의례 달리기 마련인 아날로그 시계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체어맨 W 최상급 버전인 ‘V8 5000’은 듣기만 해도 위엄이 서려 있는 벤츠의 5리터 V8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움직인다. 체어맨 W가 처음 나왔던 2008년만 해도 300마력 이상의 엔진은 국산차 중 최초였고, 일부 버전에 들어가는 AWD(네바퀴 굴림)는 지금도 세단 중 유일하다. 이 정도 차에서 엔진의 공회전 소음이나 진동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런 정숙성은 주행 중에도 유지된다.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효과적으로 차단되고, 바람 소리도 생각보다 적다. 이렇게 격리된 기분이야말로 고급 대형 세단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전반적인 움직임에서는 세련미가 보인다. 가속 페달을 찬찬히 밟으면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깊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큰 힘이 나온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호기 있게 타이어도 헛돈다. 그에 비해 고속주행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쉽다. 빠르게 달리기 보다는 조용한 정속 주행이 더 어울리는 성격이다.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100km/h가 밍숭밍숭하다.

 2008년에 체어맨 W를 처음 탔을 때는 놀랄 만한 구석이 많았다.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았고, 구동계나 편의 장비도 으리으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만큼은 아니다. 그동안 다른 차들이 발전한 것에 비해 개선 폭이 적기 때문이다. 요즘의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체어맨 W는 4년 만의 ‘뉴 모델’로서 달라진 것이 별반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사장님차 시장에서는 통할만 한 매력이 여전하다.

 한상기 객원기자 hskm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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