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D 장비 업계가 패널 업체들의 잇단 투자 축소 여파로 난관에 봉착했다. 올해 사업계획에 포함됐던 투자가 일부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매출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커졌다.
여기에 CMI, AUO 등 대만 업체들도 올해 투자 규모를 25% 정도 축소, 수출로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 LG디스플레이의 신규 투자 여부가 불투명해 사실상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파주의 P9 신공장 8세대 투자 계획을 수정하면서 장비 업체들에게 납기 연기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투자 규모는 5조원 중반대서 4조원 초반대로 조정한 바 있다. 조정되는 투자는 상당 부분 P9 신공장에 집중돼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공시를 통해 당초 이달 중에 납입 예정이던 LCD용 8세대 플라즈마화학증착기(PECVD) 납기가 내년 4월까지 연기됐다고 밝혔다. 전체 수주액은 572억원이지만 내년으로 납기가 연기되는 금액은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아바코, 엘아이지에이디피 등도 LG디스플레이 공급 물량이 약 30~40%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도 올해 신규 라인 투자는 전무해 장비 업체들의 매출 호전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CMI, AUO 등 대만 업체들도 잇따라 투자 축소 계획을 밝혀, 수출도 여의치 않다. 최근 한국산 장비 도입에 호의적이던 AUO의 경우 올해 투자 규모를 950억대만달러에서 700억대만달러로 26% 축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올 연말을 목표로 AUO와 협의를 진행하던 신규 장비 발주가 내년으로 미뤄졌다”며 “국내 투자 축소에 이어 대만 수출도 올해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패널 업체들의 투자가 줄줄이 미뤄지면서 내년 신규 투자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장비 업체들은 내년에 중국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대만 패널 업체들의 투자 축소 움직임으로 이제 마지막 남은 보루는 중국 패널 업체들”이라며 “내년에 중국 시장 진출 여부에 따라 국내 장비 업계에 지각변동이 이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