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휴대폰, 방송 끊기고 대피 소동
100년만에 한번 발생할 수 있는 국지성 폭우로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서 이동통신이 불통되고,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피해가 속출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서초 사옥이 일부 침수되면서 인터넷 도메인 등록 업무가 올스톱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서울 강남권 일부 은행은 정전으로 영업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27일 오전 서울 강남역과 서초 등 강남 일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대부분 불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우로 인한 한국전력 정전이 지속되면서 각 이동통신사들의 기지국에 전력공급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측은 “정전으로 기지국에 전력공급이 안 되고 배터리도 방전되면서 이동통신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정전 사태로 건물 내 음영지역을 커버하는 중계기의 전원 공급이 끊겨 강남 일대 이통서비스에 차질을 빚었다.
기지국 전력중단으로 인한 서비스 불통 사태가 빚어지자 이날 통신 3사는 임시 배터리를 교체하는 등 복구 작업에 총력전을 펼쳤다. 일부 지역은 폭우로 차량 진입이 힘들어 이날 오후 늦게까지 통신 불통이 이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각 이통사들의 통신망 현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일부 중계기 피해는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방송사도 쏟아지는 비를 피해가지 못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EBS 건물 일부가 우면산 산사태로 묻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EBS는 직원과 진행자들이 모두 대피하고 정규방송을 음악방송으로 대체했다. 오후 늦게 전원공급이 이뤄져 지상파TV와 라디오 생방송이 재개됐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서초청사가 정전되면서 도메인 등록을 비롯해 연장, 정보변경 등 도메인 관련 업무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올스톱됐다. 침수된 서초청사에는 ‘국가도메인 등록관리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시중은행 일부 지점의 피해사례도 속출했다. 방배동·대치동·사당동 등에서 피해가 특히 컸다. KB국민은행은 서초2동·대치동·사당동을 포함한 7개 지점이 영업을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5개 지점이 임시로 문을 닫았다. 하나은행은 대치동 지점 등 두 곳의 전산시스템이 꺼지면서 업무가 중단됐다. 우리은행은 도곡동·대치동·방배동 3곳이 침수 피해로 영업을 중단했다. 외환은행 서초구 우면동지점도 정전 피해를 입었다. SC제일은행 대치역지점도 이날 오전부터 지점 운영을 멈췄다. 각 은행은 자가발전 차량을 통해 임시로 전기를 공급하거나 이동 점포를 현장에 배치해 고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폭우는 ‘유통’에도 지장을 초래했다. 유통업체들은 강수 현황을 예의주시하며 물류센터 침수, 배송지연 등 피해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물류센터 등 시설물 피해는 없지만 항만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특히 침수된 도로가 많아 경인지역을 중심으로 택배 배송이 두 시간 정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CJ GLS 관계자도 “시설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으나 도로가 통제된 곳이 많아 배송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우회도로를 이용하고는 있지만 오늘(27일) 안에 도착해야 하는 물량을 100% 배송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조업체의 사업장은 폭우로 일부 직원들이 지각하는 사태가 빚어졌지만, 특별한 피해 없이 정상 가동됐다. 하지만 호우가 집중된 서울 지역의 본사 직원들은 시내 교통 통제 상황을 감안해 자율퇴근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액센츄어코리아·한국IBM·SAP코리아 등 외국계 다국적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직접 재택근무를 권유하기도 했다. 방한 중인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시스템즈 CEO는 27일 오후 예정됐던 삼성전자·LG전자 임원진과의 회동을 연기 또는 취소했다.
◇수도권 폭우 피해 현황
류경동·신혜권·김시소·오은지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