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문화의 소통도구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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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미녀 테니스선수 마리아 샤라포바는 코트에 데뷔하면서부터 길쭉한 팔다리와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세인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그녀의 괴성은 116.9㏈로 이것은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와 비슷한 소음이다. 한때 휴대폰 벨소리로도 제작돼 알람용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녀가 윔블던 결승에 진출했다. 17세 때인 2004년 윔블던에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안은 뒤 7년 만이다. 어깨를 수술한 뒤 성적이 곤두박질쳐 2009년에는 세계 랭킹이 126위까지 떨어졌던 그녀지만 올 시즌 초 과거 야성을 되찾았다. 큰 키(188㎝)에서 내리찍는 서브와 강력한 위닝샷이 돌아왔다. 아쉽게도 샤라포바는 우승컵을 놓쳤다. 하지만 그녀의 귀환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미녀 운동선수 샤라포바의 취미는 무엇일까. 그녀는 2006년 윔블던 대회 기간 중 취재진으로부터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녀는 머뭇머뭇하며 “우표수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이전트가 공개된 자리에서 밝히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빠르게 소통하는 세상에서 에이전트는 우표수집이 그녀 이미지와는 달리 촌스럽다고 생각한 듯하다.

 우표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우편요금을 낸 표시로 우편물에 붙이는 증표’라고 돼 있다. 우표가 없던 때에는 편지받는 사람이 우편요금을 현금으로 냈다. 그러나 언제 편지가 올지 알 수 없고, 요금을 지불할 돈이 없을 때에는 다음에 와 달라고 사정하는 등 불편이 많았다. 이에 1840년 5월 6일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우편요금을 선불로 내는 우표가 등장했다. 빅토리아여왕의 옆모습을 인쇄한 1페니·2펜스 가격의 우표가 발행돼 색깔에 따라 ‘페니 블랙’ ‘펜스 블루’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1884년에 발행한 문위우표가 최초다. 하지만 우정총국이 갑신정변으로 폐지되면서 거의 사용되지 못했다.

 우표 형태나 크기는 매우 다양하다. 2002 월드컵우표는 축구공처럼 원형으로 제작됐다. 아프리카 대초원우표는 은행잎처럼 부채꼴로 만들어졌다. 한 달 만에 발행물량 400만장이 모두 팔린 뽀로로우표는 10명의 캐릭터 형체를 그대로 살려 만들어졌다. 크롱·루피 등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앙증맞은 모습을 살려 스티커형으로 제작됐다. 이밖에도 향기 나는 우표, 빛을 쏘이면 색깔이 변하는 우표도 있다.

 우표는 단순히 우편요금을 낸 증표만이 아니다. 우표는 발행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 등을 표현해서 시대적 사실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또 디자인 독창성, 다양하고 특이한 인쇄기술과 우표 종이가 어울려 문화산업의 수준을 보여준다. 그래서 오늘날 우표는 국가 상징물, 문화의 척도, 문화의 전달자는 물론이고 작은 공간의 종합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tm벨트는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다”고 말할 정도다.

 오는 28일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2011 대한민국 우표 전시회’에선 세계적으로 희귀한 우표를 만날 수 있다. 평가액이 무려 1억6000만원에 달하는 ‘산업도안 보통우표 20환 물결무늬 투문 전지’를 비롯해 우리나라 최초 우표인 문위우표가 첩부된 초일봉투(우표가 발행되는 첫 날 날짜도장을 찍은 봉투)가 전시된다. 또 우표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 문화와 생활을 엿보는 전시관과 디자이너와 함께 우표를 직접 만드는 체험교실도 마련된다. 희망의 전달자이자 문화의 소통도구인 우표를 통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문화를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명룡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장 mrkim@mk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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