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산업 역사(歷史)에 한 획을 긋는 라인이 될 것이다.”
조수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은 지난 5월 세계 최초 5.5세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준공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사장의 발언은 AM OLED 본격 양산 2년여 만에 세계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새로운 대면적 라인을 가동, 경쟁의 틀을 바꾸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2000년대 중반 AM OLED 양산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일본은 물론이고 대만,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초격차(超格差)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SMD가 5.5세대 AM OLED 라인을 가동함으로써 후발업체들과 최소 3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SMD의 5.5세대 라인 가동은 8세대 AM OLED 라인 건설 및 OLED TV 시장 진입을 위한 기술적 진일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대형화’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규모를 확대해 지속 성장하는 토대가 돼 왔다. 대형화는 대면적 생산 라인 구축 및 생산 패널 인치의 확대를 의미한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대면적 라인을 구축, 생산성을 높이고 더 저렴한 원가로 대형 패널을 생산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LCD는 대형화를 기반으로 노트북과 모니터에 이어 TV 시장을 개척하며 지속 성장해 왔다. 7, 8세대 LCD 양산 투자를 먼저 단행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대만, 일본을 제치고 주도권을 확보한 것도 대형화에 성공한 덕택이다. 두 업체는 8세대급 대형 양산 라인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 시장을 선점했다.
이제 SMD가 AM OLED 시장에서 대형화 ‘성공 DNA’를 접목하고 있다. SMD가 가동에 들어간 5.5세대(1300×1500㎜) AM OLED 라인은 투입되는 유리기판 면적이 기존에 운영되던 4.5세대(730×920㎜) 라인의 세 배에 달한다. AM OLED 패널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AM OLED 대형화에 시동을 건 SMD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AM OLED가 휴대폰, 스마트패드 등 모바일 기기에 이어 TV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SMD는 이미 40인치급 OLED TV 생산을 위한 기술적 토대를 착실히 구축해 놓았다는 평가다. 이제 대형화를 통해 OLED TV용 패널 가격을 낮추는 것이 남은 과제다.
이창희 서울대 교수(전기공학부)는 “SMD는 이미 30인치 이상 대형 TV용 패널 생산을 위한 AM OLED 기술적 이슈를 거의 해결한 상태”라며 “TV 시장 진입은 대형화를 위한 투자 및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SMD는 지난 2008년에 40인치 AM OLED TV용 패널을 개발했으며, 지속적으로 해상도와 공정을 개선한 TV용 패널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FPD 인터내셔널’ 전시회에서는 산화물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14인치 3D OLED TV, 프린팅 공정을 이용한 19인치 TV용 패널 등을 전시했다. 특히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 혁신은 대형 LCD 패널과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M OLED 대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대형 라인에서 발광 유기물을 미세하게 증착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증착(evaporation) 공정은 AM OLED 해상도와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다. 현재 SMD가 운용하고 있는 미세금속마스크(FMM:Fine Metal Mask) 증착 방식은 패널 해상도를 높이거나 대형 라인에 접목하기에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SMD 초기 5.5세대 라인은 유리기판에 박막트랜지스터(TFT)를 만든 후, 기판을 넉 장으로 분할해 증착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SMD는 새로운 증착 공정을 통해 5.5세대 및 8세대 유리기판을 분할하지 않고 증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창희 교수는 “AM OLED 제조 단계에서 발광 소자 패턴을 형성하는 증착 공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면적 라인에서 기판 처짐 현상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증착 방식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산 장비 및 소재 업체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SMD는 이미 레이저 결정화 장비(ELA), 열처리 설비, 세정 설비 등의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는 지속적인 상생협력의 결실이다. 이제 대형화 설비 및 공정 개발에서도 협업을 통해 시장을 주도할 기술 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SMD는 5.5세대에 이어 8세대 파일럿 라인 구축 등을 통해 다양한 공정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며, 기술적 과제를 극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AM OLED 대형화는 패널 제조 및 장비, 소재를 망라해 평판디스플레이(FPD) 산업 역사에서 우리나라가 기술을 선도하는 최초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쑥쑥 크는 AM OLED 시장>
AM OLED 대형화의 효과는 이미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SMD의 5.5세대 라인 가동 직후부터 AM OLED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AM OLED의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올 3분기에 사상 처음 15%를 넘어설 전망이다. 시장규모는 13억4100만달러로 1년 전(3억7400만달러)보다 세 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다.
특히 SMD의 5.5세대 라인 양산이 본격화되는 3분기 시장 규모는 전 분기보다 두 배 가까이 급격히 늘어나 주목된다. 대형화에 힘입어 AM OLED 공급 부족 상황도 완화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SMD 5.5세대 AM OLED 양산에 힘입어 패널 출하량이 연내에 세 배 이상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M OLED 연간 시장 규모도 대형화 및 TV 시장 진입을 기점으로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올해 AM OLED 시장은 42억달러를 기록, 지난해의 네 배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스마트패드를 비롯한 IT 및 TV 시장 진입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75억달러를 기록하고, 2013년 1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AM OLED 매출액 및 점유율 추이> (단위:백만달러, %)
(자료:디스플레이서치, E는 전망치)
<연도별 AM OLED 시장규모 전망> (단위:백만달러)
(자료:디스플레이서치)
<기고:AM OLED 대형화 의미와 과제>
문대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디스플레이 PD/순천향대 교수 dgmoon@sch.ac.kr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대형 AM OLED 생산이 목전에 와 있다. AM OLED 본격 생산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주도하고 있다. SMD는 2006년 3.5세대 투자를 시작해 AM OLED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올해 5월부터 가동한 5.5세대 라인은 32인치 패널 6장을 생산할 수 있어 시장 확대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SMD와 LG디스플레이는 8세대 파일럿 라인을 건설하고 있어 조만간 대형 AM OLED 생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AM OLED는 중소형을 위주로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대형 AM OLED 생산은 휴대폰에서부터 40인치 이상 대형 T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응용돼 시장 주류로 부상함과 동시에 정체된 디스플레이 시장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부여할 것이다. 투명 AM OLED, 플렉시블 AM OLED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응용 시장을 창출하고 디스플레이 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AM OLED 시장 점유율은 사실상 100%다. 국내 업체가 생산을 주도하고 시장을 장악했으며 일본, 대만, 중국 업체가 뒤따라오는 형국이다. 최근 도시바-소니-히타치 3사 연합, 파나소닉 등이 OLED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고 대만의 AUO, CMI도 중소형 AM OLED 생산을 계획하고 있지만, 당분간 국내 업체가 장악한 시장을 빼앗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 경쟁력은 높은 생산기술 장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AM OLED는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생산기술 확보가 더욱 어려운 품목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일찍 AM OLED 기술을 확보했지만, 수율이 낮아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대형 AM OLED는 소형 AM OLED에 비해 훨씬 난이도가 높은 생산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내 업체 주도 AM OLED 대형화는 디스플레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견고히 하며 경쟁국 추월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AM OLED 대형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적합한 박막트랜지스터와 화소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AM OLED는 성능과 신뢰성이 우수한 저온폴리실리콘(LTPS) 박막트랜지스터가 사용되고 있지만,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대면적으로 제조하기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따라서 열 처리에 의한 실리콘, 산화물 반도체 트랜지스터, 배선 프린팅 등과 같은 대면적에 적합하고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현재 소형 AM OLED 화소 제작에 사용되고 있는 미세금속마스크를 이용한 진공증착 기술도 대형 AM OLED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백색 OLED 및 컬러 필터, 레이저 전사, 프린팅, 박막 봉지 기술 등 대면적에 적합한 화소 형성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이런 기술은 공정 장비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형 AM OLED는 해외에서 장비를 도입하고 난이도가 높은 생산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쟁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며 대형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핵심 장비 국산화가 필수다. 대형 AM OLED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 재료 효율, 수명, 안정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새롭게 창출되는 거대 재료 시장을 해외에 내줄 수 있다.
기술 인력 확보도 관건이다. 대형 AM OLED 투자에 따라 기술인력 부족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중소기업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경쟁국이 따라올 수 없는 높은 기술·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비결은 패널에서 재료·장비에 이르는 기술 인력에 있다. 산업 구조에 변화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별취재팀> 서동규차장(팀장) dkseo@etnews.co.kr, 서한·양종석·윤건일·문보경·이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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