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과 창의력 퇴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보 내용을 기억하고 조합하기보다 인터넷 검색으로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면서 내용 자체를 기억하지 않는 세태를 우려하는 시선이다. 획득한 정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컴퓨터에서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저장 폴더만 기억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할까.
지난 14일 사이언스 온라인 판에 실린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뱃시 스패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흥미롭다. 인터넷시대의 우리 뇌는 손끝 클릭만으로 쉽게 획득한 정보를 기억하지 않은 채 인터넷에 ‘아웃소싱’한다는 것이다. 우리 뇌가 새 환경에 맞춰 변화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른바 ‘무뇌화(無腦化)’를 향한다는 게 아니다. 논문은 “기억하지 못하고 생각 없는 사람들이 아닌, 어디에 가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더 잘 기억하는 방식으로 적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정보통신 네트워크 확산이 인류에게 선물한 신세계의 한편에 자리한 어두운 그림자라 할만하다.
정보획득 방식 변화로 인한 사회 환경 변화의 단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언론인 L씨는 최근 모교에서 교양 특강을 했다. 300여 명의 학생들에게 강의하던 중 ‘오늘 신문 본 사람 손들어 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겨우 두 학생이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 ‘인터넷 만능시대’를 확인한 것이다.
어디 신문뿐인가. 대학가엔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나 시험답안 내용들이 대동소이한 현실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획득한 자료를 짜깁기하거나 편집해 제출하는 탓에 내용이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정보 획득과 세상 보기를 위해 요구된 책과 신문을 비롯한 종이 활자의 존재감이 엷어지는 양상이다. 이는 기억, 상상, 창의로 이어지는 인간능력의 퇴화와 상실을 염려하는 시선과 목소리로 이어진다.
물론 쉽고 빠르게 찾아내 확인하는 새 방식을 마냥 마다한 채, 어렵고 더디게 손에 쥐는 방식만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직접 소통을 통해 나름 정선된 정보를 얻던 시대에서 인터넷에 축적된 광범위한 정보를 편하게 활용하는 시대로 변화되는 환경을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 의존하는 경도된 정보획득 방식은 문제다. 인터넷시대의 효용과 편리는 반갑지만,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보획득 방식을 조화롭게 구성해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침 휴가철이다. 서점가를 찾아 고른 몇 권의 책 속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숨가쁜 정보의 바다를 잠시 벗어나 책 한 권이 선사하는 신선한 지혜의 샘물을 마셔보길 권한다.
손연기 객원논설위원·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ygson1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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