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O자금 대-중소기업 합리적 배분방안 마련 시급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정책자금의 대·중소기업 비율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사용량이 많은 대기업 에너지사용자가 쓸 수 있는 ESCO자금은 조기에 소진돼 부족한 반면에 중소기업용 자금은 남아도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에너지절약사업을 위해 마련한 예산은 ‘중소기업보호’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여서 손대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쪽은 남아돌고, 다른 쪽은 없어서 못 쓰고=올해 ESCO자금 중 대기업용 자금 900억원은 3월 이미 신청이 완료된 반면에 중소기업용 자금은 7월 기준으로 총 3000억원 중 1500억원이 잔여분으로 남아있다.

 ESCO펀드 자금 운용 지침 마련이 늦어지면서 대기업용 자금을 사용해야 하는 ESCO사업자들은 4개월 동안 사실상 ESCO사업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반면에 중소기업 자금은 지난해에 비해 수요가 활발했지만 상반기 동안 절반이 남은 채 수요가 멈췄다.

 수요가 활발한 대기업용 ESCO자금은 쓰고 싶어도 못쓰게 됐고 남아있는 중소기업용 자금은 아무도 손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올 한해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는 ESCO자금을 7(중소기업) 대 3(대기업)으로 구분해두고 중소기업 자금이 남을 경우 이를 대기업이 하반기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왔는데 거의 매년 중소기업자금은 남았다.

 ◇중기 보호 최우선 vs ESCO활성화 저해=업계는 ESCO시장 상황을 되돌아봤을 때 대·중소기업 자금의 ‘칸막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보호라는 정부의 입장에는 100% 공감하지만 자금이 소요되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ESCO사업이 사실상 대규모 사업부문에서 자금 수요가 활발하고 중소기업 사업의 범위가 좁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하반기나 연말에 남는 중소기업 자금을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데 애를 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기업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업계와 뜻을 같이 하지만 정책의 최우선순위는 중소사업장의 보호라는 입장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중소사업장이 에너지절약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자금을 일정수준에서 묶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향후 대기업이 정책자금의 의존도를 줄여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필요=대기업의 정책자금 의존도를 낮추고 중소기업 보호를 우선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정기간 동안 업계가 앞날을 내다 볼 수 있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ESCO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장기적으로 대기업 에너지사용자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을 없앨 계획이라면, 이에 대한 로드맵을 세워서 ESCO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지표로 삼을 수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에도 자금이 없어서 사업에 차질이 있었고, 내년에도 분명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에 대한 수요 덕에 대기업 자금은 모자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향후 대기업 자금 비율이나 지원 등에 관한 큰 그림을 미리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 ESCO 한 관계자는 “ESCO사업은 결국 에너지절감 성과가 큰 사업이 필요한데 중소기업 쪽으로 자금을 몰아 놓으면 결과적으로 시장 형성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에너지절약에 사업에 대·중소 ESCO가 협력 진출하고 소규모 ESCO사업을 발굴하는 등 지금보다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봉균·최호기자 hbkon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