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IT컨트롤타워를 없앤 정부, 만든 정부

 해외에 나가보면 누구나 다 애국자가 된다. 흔한 말 같지만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한국 사람 비슷해 보이거나 우리말 소리만 들려도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게 된다.

 타국 도로변 곳곳의 우리 기업 입간판만 봐도 반가움이 앞선다. 국내에서와는 실로 다른 감정이다. 세대별로 다르기는 하겠지만 자랑스러움 그 자체일 것이다. 가슴 벅찬 감흥이라고나 할까.

 휴대폰이 일등공신이다. 유럽이든, 미국이든, 아니면 중동이든, 아프리카든 한국을 얘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게 휴대폰이다. 안에서 보는 우리와 밖에서 보는 우리가 다른 법이다.

 근래 일이다. 휴대폰은 단시간 내 국가 브랜드를 ‘명품’ 반열에 올려놓았다. 효자산업이긴 하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건설이 못해냈던 일이다.

 휴대폰 특성이 24시간 내내 품고 살아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필수 도구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휴대폰 안으로 들어온 방송과 게임은 브랜드와 마케팅력에서 최강이다. ‘한류’ 기반도 휴대폰이 먼저 닦은 셈이다.

 어디 휴대폰만 그러했겠는가. TV·냉장고·에어컨·자동차 등도 마찬가지다. 국가 브랜드의 품격을 높이고 경제부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전성기 때 일본을 연상시킨다.

 모두 정보통신부가 있을 때의 일이다. 세계가 우리나라를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인정하고 IT컨트롤타워인 정보통신부를 배우고 싶어했다. 사절단과 연수단을 파견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현 정권은 그런 IT컨트롤타워를 없애버렸다. 행정효율을 높인다는 명목이지만, 정치적 목적이 컸다. 세계인이 IT강국을 배우고 싶다는데 배울 곳을 치워버린 것이다.

 아예 논의조차 금기시했다. 혹시라도 얘기가 나올라 치면 기득권자들의 논리라고 공박했다. 정통부만 없앤 게 아니다. 과기부도 없앴다. IT강국, 성장동력 주무부처를 없앤 것이다. 공교롭게도 첨단 이미지가 있는 곳은 모두 해체해 버린 셈이다.

 하지만 어떤가. 정권 하반기로 들어선 지금, 정부 내 문건에서 조차 현 정부구조는 애초부터 잘못 설계된 것이고 행정효율성 제고라는 조직개편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단정짓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성격 변화를 전제로 하는 대폭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역사는 그래서 현 정부를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IT컨트롤타워를 없앤 정부로 기록할 것이다. 정통부 해체의 핵심적 역할을 한 ‘IT 5적’의 이름도 올려놓을 것이다. 수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지극히 용감했던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어떤 일을 기록한다고 할 때의 기록(記錄)은 그래서 중요하다. 전자신문에 최근 연재되고 있는 정보통신 비사(秘史)도 그런 점에서 한 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지만 후세에 남긴다는 점에서 인간의 겸손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이 동호지필(董狐之筆), 태사지간(太史之簡)이라고 했던 것일까. 정권은 유한하다. 정권 내에서 조차 IT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재완을 제외한 입법부 수장이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그리고 여당 일부 최고위원 등 핵심 인사들까지 공언한 상황이다.

 다음 정권은 어떤 정부로 기록될까. IT컨트롤타워를 만든 정부로 기억될 것이다. 여당의 중진, 주요 대선주자들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야당의 주요 인사들도 공언하고 있다.

 역사는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기록된다. IT컨트롤타워를 없앤 정부, IT컨트롤타워를 만든 정부로 기록할 것이다. 지금은 호사를 누리지만 우리나라 먹을거리, 성장동력을 주관하는 IT컨트롤타워를 없앤 사람과 IT컨트롤타워를 만든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박승정 통신방송부 부국장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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