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IT융합연구부 연구실. 손명규 선임연구원이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면서 손을 움직이자 TV가 바로 켜졌다. 채널도 어렵지 않게 바꿨다.
TV 앞에 설치된 3차원(3D) 카메라가 손의 움직임을 촬영하면 영상처리 SW가 이를 판단해 TV를 켜거나 채널을 바꾸는 원리다.
대구지역이 리모콘없이 제스처만으로 TV의 모든 기능을 동작시킬 수 있는 연구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당장은 고가의 3D카메라 가격 때문에 상용화는 어렵지만, 연구기관에서는 핵심 솔루션, 기업에서는 상용화 가능한 분야에 초점을 맞춘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DGIST IT융합연구부가 개발 중인 동작인식기술은 2D가 아닌 3D카메라 장비를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은 7개 동작을 인식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동작과 숫자, 문자도 인식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스마트TV뿐만 아니라 로봇비전, 보안, 수술실의 의료용 영상장치에도 접목할 방침이다.
지역 콘텐츠개발사인 디지엔터테인먼트(대표 백재성)도 동작인식 기반의 3D 체감형 가상 스포츠 콘텐츠를 개발 중인데 이미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체감형 가상스포츠 콘텐츠는 가상의 스포츠를 제공해 실제 운동효과를 줄 수 있도록 개발하는 콘텐츠이다.
디지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는 콘텐츠는 △모션베이스를 이용한 체감형 다기능 사격시뮬레이션 시스템 △가속도센서와 운동판을 연동한 스포테인먼트 콘텐츠 △스테레오 3D VR기술을 적용한 달리기 콘텐츠 등이다.
디지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컨트롤러 없이 몸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행동인식 장치 ‘키넥트(KINECT)’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조만간 키넥트에 최적화된 체감형 스포츠게임을 개발해 MS의 ‘X박스’에 탑재하거나 별도의 행동인식게임을 독자개발, 출시할 계획이다.
동작인식솔루션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벨기에의 소프트키네틱도 올해 안에 대구에 3D콘텐츠개발센터를 오픈한다. 소프트키네틱은 MS에 ‘X박스’용 첨단 3D 센싱 기술을 공급하는 프라임센스(PrimeSense)와 함께 3D 동작인식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다. 현재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등 세계적인 제조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구에 오픈할 3D콘텐츠개발센터는 앞으로 지역 IT기업들과 협력해 TV와 의료, 게임, 로봇 등 다양한 산업에 접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처럼 대구지역에서 동작인식솔루션 개발이 활발해지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는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산업이 강한데다 TV나 스마트폰, 의료, 자동차, 로봇 등 응용할 수 있는 산업적 인프라도 풍부하다”며 “지자체에서 상용화 개발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