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있는 칼텍(Caltech·캘리포니아 공대) 졸업식에 다녀왔다. 칼텍은 잘 알려져 있듯이 세계 정상급 공과대학이다. 미국 내 경쟁 학교로는 MIT가 있고, 일반 대학을 통틀어서도 세계 10대 대학에서 빠지지 않는다.
소수정예 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칼텍에는 천재들이 많기로 유명한데, 이번 졸업식에는 칼텍 역사상 최연소 박사가 배출됐다. 연령이 겨우 20세인 여학생이다. 캐서린 베니는 13세에 학부에 들어와 7년 만에 학사, 박사 과정을 모두 마쳤다.
칼텍 출신 과학자는 많다. 칼텍 교수와 동창이 받은 노벨상은 모두 32개에 이른다. 우리나라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있고 DNA 구조를 밝혀낸 화학자 라이너스 폴슨, 지진 강도를 알려주는 리히터 규모를 만든 찰스 리히터도 이 대학 교수였다.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도 칼텍 출신이다.
21세기 들어 와서는 신경과학을 경제학에 적용하는 신경경제학 연구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수학의 천재이자 경제학 교수인 콜린 카머러 칼텍 교수는 여러 분야 최고 학자들로 구성된 최상급 신경경제학 연구실을 만들어 이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생체모사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존 다비리 교수는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의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풍력발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연구 업적이 나오는 이유는 칼텍에 40여 개의 연구소가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과 미 국방부에서 예산을 전액 지원받아 미국 우주선을 개발하는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있다. 또 에이즈 치료제 개발 등 생물학·화학 관련 연구를 전담하는 베크먼 연구소도 있다.
최근 들어 환경 이슈가 부각되면서 칼텍은 태양광, 풍력, 쓰레기 재처리 등 대체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론뿐만 아니라 칼텍 캠퍼스를 실제로 그린화하고 있다. 캠퍼스에 태양광발전 시설과 열병합 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있고,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 쓰레기 리사이클링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졸업식 때 졸업생들이 입은 가운과 모자도 기존 폴리에스터가 아니라 친환경 소재로 만든 것을 사용했다.
요즘 우리나라는 비싼 등록금으로 소란이다. 칼텍의 등록금 역시 물론 비싸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성적이 어느 수준만 되면 다양한 소스를 통해 풍부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칼텍의 등록금이 대학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연구 프로젝트 의뢰가 많고 졸업생과 독지가들의 기부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혜택이 많은 대신 학생들의 공부의 강도는 지독하다. 칼텍 학부 학생이라면 수학 과목 5개, 물리 과목 5개, 화학 과목 2개, 바이오 과목 1개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자신이 어느 전공을 택하든 간에 이런 분야의 지식을 밀도 있게 알지 못하면 과학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칼텍은 감독관 없이 양심에 따라 시험을 치는 아너 코드(honor code)를 채택하고 있어, 아무 데서나 제한된 시간 안에 시험지를 작성하여 교수에게 제출하면 된다.
우리나라에도 포스텍·카이스트 같은 훌륭한 대학이 있지만 더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칼텍같은 정상 대학으로 발돋움하였으면 한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겸 이마스 대표 mjkim89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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