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는 데는 에너지요금이 제격?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에너지 요금을 틀어막았다.

 30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내달 도시가스 도매 요금이 동결되고 7월 7일 리터당 100원씩 환원될 예정인 기름값도 한 번에 올리기 힘들 전망이다.

 도시가스의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단가 상승에 따른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두 차례 요금이 인상된 점과 최근 물가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게 지경부의 설명이다.

 기름값 환원 문제는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직접 나섰다. 최 장관은 이날 “정유사들이 국민들이 충격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정유사의 몫”이라고 정유사들에게 부담을 지웠다.

 ◇기름값 부담, 민간에만 맡겨=이번 최 장관의 발언으로 7월 7일 리터당 100원씩 환원할 예정이던 정유사들이 직접적인 부담을 갖게 됐다.

 먼저 나선 건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7일부터 기름값을 단계적으로 환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상훈 GS칼텍스 부장은 “구체적인 시기와 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물가와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4월 가격 인하 때의 사례처럼 이들 정유사들도 뒤이어 할인 종료 시점 이후 단계적으로 기름값을 환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모든 부담을 민간 기업에만 지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현재 단계에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못을 박았다.

 ◇가스공사 미수금, 결국 소비자 부담=지경부는 이번 도매요금 동결 조치로 7~8월에만 가스공사 미수금이 약 784억원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경부는 단계적으로 미수금 회수를 추진한다지만 가스공사 미수금은 5월말 기준으로 3조9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도시가스 업계 한 관계자는 “도매 요금을 계속 묶어두는 것은 모든 부담을 뒤로 미루는 것일 뿐”이라며 “결국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효과는 미미, 업계는 휘청=정부의 에너지 요금 틀어막기 정책으로 인한 실제 국민 부담 경감 수준은 미미하다.

 기름값의 경우 굳이 단계적으로 인상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요국들의 비축유 방출로 인해 국제 유가 및 제품가격이 안정화 기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제품 가격에도 인하 요인이 발생할 전망이다. 게다가 카드 할인 방식인 SK에너지를 제외하고는 기존 할인된 가격에 공급받은 물량을 소진할 때까지 자연스럽게 단계적으로 환원된다.

 반면 단계적으로 인상할 경우 업체가 입는 타격은 크다. 국내 정유사들이 입은 손실액은 9000억원에 달한다. 의도적으로 할인 기간을 더 늘릴 경우 정유사들의 손실만 늘어나게 된다.

 도시가스 도매요금의 경우 1루베당 20원씩 올려도 연간 가구별 부담은 1만6000원가량 늘어날 뿐이다. 한 달에 1300원도 안 된다. 대신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연간 4000억원씩 줄어들게 된다.

 대신 이번 동결로 당장 가스공사의 해외 사업이 힘들어지게 됐다. 올해 해외 투자액만 2조3000억원인데 미수금 증가로 해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게다가 사채 발행에 따른 이자율도 올라 이자비용 부담도 커져 해외 자원 개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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