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 파리에서 1만4000명이 넘는 프랑스와 유럽의 젊은이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한국 젊은 가수 그룹의 K-pop 공연이 성공리에 개최됐다. 유럽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당당히 해냈다는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유럽과 한국은 서로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상대에 대한 이해의 깊이도 낮았다. 유럽인은 아시아를 볼 때 일본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창을 통해 보아왔고 그 속에서 우리나라를 판단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 또한 독일·프랑스 등 잘 알려진 경제대국을 통해 유럽 전체를 보아 왔다.
그러나 한·EU FTA가 4년여 동안 협상과 체결, 비준 과정을 거치면서 유럽인과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서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돈을 들여도 얻을 수 없을 만큼 우리나라와 우리 제품이 유럽인에게 자연히 알려지는 커다란 홍보효과를 거두었다. 여기에다 작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서밋은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전환점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한국 먹을거리에 대한 유럽인의 반응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는 3개의 한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인의 발길이 뜸했지만 최근 들어 한국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는 손님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때 한·EU FTA는 유럽에서 우리 제품이 시장을 늘리는 일대 전기를 가져다줄 것이다. 관세인하 계획에 따라 산업별로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 차이가 있겠지만 자동차, TV, 석유화학, 섬유 등을 중심으로 유럽시장 확대가 가시화될 것이다. 이런 예상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과 EU가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럽 기업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확대도 활발해질 것이다.
그러나 FTA가 개방의 열매를 저절로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FTA 효과를 여하히 높이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앞서 말한 유럽에서의 K-pop 공연이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와 치밀한 기획이 있었던 것처럼 한·EU FTA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럽시장에 대한 조사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유럽은 프리미엄 시장이지만 동시에 소박하고 튼튼한 제품이 사랑받는 서민시장도 광범위하게 공존하는 이중성을 지녔다. 또 기존에 쓰던 제품을 좀처럼 바꾸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다. EU집행위 또한 소비자의 권리와 환경보호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세운다. 이렇듯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된다면 유럽시장은 우리기업의 도전에 활짝 열릴 것이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 skshin15@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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