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문학에서 경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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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사회를 반영한다. 반드시 모든 문학의 주제가 사회상을 반영하지는 않는다해도, 작가가 바라본 시대의 모습은 문학에 녹아있을 수 밖에 없다.

 ‘문학에서 경영을 만나다’는 당대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바라본 산업, 기업 그리고 경영자들의 모습을 통해 시대별로 경제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오랜 시간 피터 드러커를 연구한 끝에 ‘피터 드러커의 통찰은 문학에서 나왔다’는 결론을 내리고 펴낸 결과물인 만큼 문학과 경영학의 통섭 시도가 돋보이는 책이다.

 ‘주홍글씨’의 나다니엘 호손, ‘변신’의 카프카, ‘황무지’의 T.S. 엘리엇의 공통점은 모두가 ‘작가’가 아닌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다니엘 호손은 세관원이었고, 카프카는 보험회사 직원이었으며, 엘리엇은 평범한 은행원이었다. 관조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작가들이 경험한 산업의 양상들은 작품 속에 오롯이 드러난다.

 특히 산업화 시대에 경제활동을 했던 작가들이 느낀 좌절과 고뇌는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역작을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 오늘날 그들이 남긴 작품은 시대의 경제, 산업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참고서이기도 하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스 쇼는 유명해지기 전 전화회사에서 가정을 돌며 전화선 가설을 권유하는 일을 했다. 그 시절의 경험은 초기 소설 ‘비합리적인 크놋’에 반영돼 20세기 초반 전화기, 타이프라이터, 전기 등이 가져다 준 사회 변화를 보여준다.

 웨스턴 유니언의 전신 배달부서 관리원이었던 헨리 밀러는 전신회사의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체험을 작품 ‘남회귀선’에 녹여냈다/

 토마스 만은 18~19세기 유럽 전역에 분 가족기업들의 설립 열풍과 흥망성쇠를 자신의 가족사에 비춰 작품으로 완성했다. 19세기 부덴브로크 성(姓)을 가진 독일의 가족기업이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묘사한 그의 소설 ‘부덴브로크 일가’는 상인 가족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4명의 남성들은 실제로 토마스 만 집안을 대표하는 네 명의 실존 남성이 모티브가 됐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의 수공업자로 일했던 찰스 디킨스는 가난한 공장 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을 온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노동자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바탕이 된 그의 작품 ‘고된 시기’는 그때까지 나온 소설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산업소설로 면방직 공장에서 일어난 처절한 파업과 철저한 계급투쟁을 묘사하고 있다.

 법인의 탄생부터 실리콘밸리의 출발까지 시대의 작가들이 산업을 바라본 신선한 시각은 “각 시대의 기업 활동과 경영자의 모습을 예리한 눈을 가진 작가들이 어떻게 관찰하고 인식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저자의 의도를 잘 드러낸다.

 이재규 지음. 사과나무 펴냄. 1만 5000원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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