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지식경제부는 내달 6일 기름값 할인 기간 종료에 따른 석유유통시장의 수급차질을 예방하기 위해 ‘석유제품 유통질서 저해행위 금지 등 석유제품 수급안정조치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골자는 정유사들은 수급이 원활하도록 일정량 이상 생산 및 판매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석유판매업자의 사재기, 판매 거부행위 등은 일절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석유사업자의 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장 폐쇄 또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처분을 할 수 있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국내 4개 정유사 모두 “우린 잘 하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반응이지만 속으론 뜨끔한 회사가 없지 않다. 실제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일부 주유소에서 제품 공급 부족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속 편한 정유사도 있다. 바로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애초부터 카드 할인 방식을 택했다. 주유소 공급가격을 낮춘 게 아니라 카드 결제 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보니 주유소들이 굳이 사재기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엔 카드 할인 결제시스템 구축이 늦어지고 ‘OK캐쉬백’ 가입자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등 말도 많았지만 지금은 전세가 역전됐다.
우선 전국 어느 SK주유소들 가더라도 리터당 100원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아졌다. 또 주유소 공급가격은 변화가 없으니 사재기나 판매량 조절 등의 의혹으로부터 자유롭다.
보유하고 있는 석유제품이 넉넉해 공급 차질 걱정도 없다. 이는 SK나 GS 등 여러 개의 주유소 운영하고 있는 업자들이 공급 가격이 싼 회사로부터 기름을 사서 본인이 소유한 SK주유소에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GS칼텍스의 경우 이달 들어 석유제품 수요가 큰 폭으로 올랐고 SK는 주유소에 공급하는 물량이 줄어들어 손해를 덜 보게 됐다.
카드 결제시스템을 준비하다가 시간문제로 공급가격 할인 방식으로 선회한 GS칼텍스가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의 이런 선택은 구자영 사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위기 때 CEO의 현명한 판단이 더욱 빛을 발한 경우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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