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상파 수신료 공방에 중소방송 지원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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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부터 지상파가 직접 광고 영업하게 되면 중소·지역 방송, PP(프로그램 공급 업체) 다 죽어나자빠질 텐데 그러면 12월에야 ‘앗 뜨거’ 하면서 통과시켜 주겠지요!”

 지난 5월 만난 한 지방 방송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6월 임시국회에서 방송광고대행사(미디어렙) 법안이 통과될까 우려하며 나온 말이다.

 지난 주 국회 문화체육 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전체회의는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KBS 수신료 1000원 인상안 문제로 뜨거웠다. 회의 시작 전 한 시간 동안 이어진 한나라당·민주당 간사 간 협의에서 뾰족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수신료 문제를 놓고 지리한 공방을 벌이다 가까스로 28일 처리하기로 합의가 나왔지만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방송법 개정이 선결조건으로 합의 처리된 뒤에야 KBS 수신료 인상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면서 다시 논쟁이 붙었다. 결국 민주당 최고위-문방위원 연석회의가 도청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한 방송광고대행사(미디어렙) 법안에는 중소·종교 방송사 지원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 미디어렙 법안 처리가 이번 국회에서 물 건너가면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방송사가 모두 자율 영업에 나서게 된다. 방송은 물론이고 신문·출판 등 미디어 산업 전체 광고 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최악의 경우 지역·종교 방송사는 마땅한 수익원을 찾지 못해 도산할 수도 있다.

 이번 임시국회 시작 전 전재희 문방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문방위 의원은 미디어렙 법안을 최우선 처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KBS 수신료 인상안이 먼저 도마 위에 올라 국회를 파행으로 몰았다. 일각에서는 법안 소위 안건 순서를 바꾸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수신료 공방에 묻혔다.

 거대 지상파 방송의 이익을 놓고 툭탁거리는 와중에 중소 미디어 업체의 생사가 걸린 미디어렙 법안이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6월 임시국회 회기를 사흘 남겨 둔 지금, 벌써부터 국회 주변에서는 이번에도 미디어렙 법안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정치권이 KBS 수신료 인상안만 놓고 대치하며 미디어렙 법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을 때 웃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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