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계속 서쪽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산업의 시작은 영국, 그 꽃은 미국이었다. 지식정보산업의 시작은 미국, 그 꽃은 어디서 피울까.
21세기의 가장 큰 꽃인 인터넷의 본질을 잘 못 이해하면 산업경제의 이해부족으로 1920~30년대 세계 대공황을 겪었던 전철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
한 나라 경제 상황을 보려면 미디어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다. 새로운 기업 광고가 많을수록 그 나라는 미래가 밝다는 뜻이다. 포털에 사용자가 많이 몰린다. 그런데 그 입구인 주소창에서 다른 곳에 가야 할 고객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다.
기업이 브랜드나 상품을 홍보하면 사용자는 그 이름을 검색창이나 주소창에 입력한다. 그런데 검색창이 아닌 인터넷 주소창에 입력할 때 해당 기업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고 포털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포털이나 포털과 계약한 가로채기, 속된 말로 ‘삐끼’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용자의 컴퓨터에 부지불식간에 설치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브랜드와 상품을 주소창에 입력한 사용자를 포털로 옮겨가도록 한다.
기업들은 포털에 사용자가 많으니 키워드 광고를 한다. 사실은 빼앗긴 자신의 고객인 줄을 까마득히 모른다. 중소기업은 아무리 홍보를 해도 고객은 찾아오지 않는다. 반면 가로채기 업체는 중소기업이 홍보한 만큼 매출이 자동으로 늘어난다. 덩달아 포털 고객도 느는 구조가 지금의 인터넷 생태계다. 주소창에 입력한 기업 브랜드를 가로채는 기업들은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포털로부터 받는다. 중소기업은 빼앗긴 고객을 포털에서 다시 사오는 기형적인 구조다.
주소창에서 남의 브랜드를 가로채는 행위엔 직원 2~3명의 작은 기업부터 큰 기업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정당하게 새로운 가치로 고객을 유입하는 대신 ‘주소창의 영문 도메인을 법으로 보호하지만 기업 실명 브랜드를 보호하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다.
인터넷 주소창에 쓰는 ‘www.etnews.co.kr’은 법으로 보호하나 ‘etnews’의 브랜드인 ‘전자신문’은 법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주소창에 입력한 기업의 브랜드는 가로채기 업자나 검색업체의 것이 아닌 엄연히 해당기업의 것이다.
중소기업, 특히 갓 창업한 기업은 주소창 기업브랜드 가로채기 업자의 가장 큰 먹잇감이다. 포털의 연 1조원 키워드 광고주는 다름 아닌 갓 창업한 수많은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거의 유일하게 쓰는 마케팅 비용이 이렇게 엉뚱한 데로 갈 수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더구나 정책 당국은 기업이 브랜드를 알리면 그 고객이 해당 기업이 아닌 검색포털로 당연히 먼저 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많은 기업 경영자들이 직원의 첫 인터넷 페이지를 자사가 다른 회사를 첫 페이지로 해도 바로 잡지 않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만약 주소창에 입력되는 모든 도메인을 가로채기 해도 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면 가로채기를 하는 업체는 또 얼마나 재미를 볼 것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폐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새로운 웹 경제에 있는 법의 사각지대를 개선하는 길뿐이다. 방통위는 2009년 개정한 ‘인터넷주소 자원 관리법’을 대통령령으로 시행해 주소창의 기업 브랜드를 보호해야 한다.
지식정보산업의 시작은 미국이었지만 그 꽃은 신사업과 관련한 법의 사각지대를 개선한 곳에서 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판정 넷피아 대표 pjlee2011@netpia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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