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래도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 기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좋네요.” 14일부터 나흘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21회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전(KOBA2011)’에서 만난 장비 업계 관계자들은 “종편 때문에 올해는 분위기가 좋다”며 입을 모았다. 행사 주관사인 이엔엑스에 따르면 첫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 숫자는 1만여명에 달했다.
#2 “전부 아웃소싱을 할 거라는데 방송이 뭔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뛰어들어서 괜히 임금 수준만 낮추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같은 날 같은 행사에 참석한 방송 기술인 연합회 회원들은 종편 출범에 따른 여파를 묻는 질문에 고심어린 답변을 했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등장을 방송 장비 업계는 반기는 반면에 방송 기술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입장에 따라 시각이 갈린다.
종편 4곳(TV조선·jTBC·채널A·MBN)과 보도전문채널(연합뉴스TV) 1개사가 올해 말, 늦어도 내년 1윌 1일에는 개국한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종편에 대한 방송 기술 업계 당사자들의 시각도 다양하게 엇갈렸다.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에서는 종편 사업자가 향후 5년간 방송 장비에 투자할 약 5000억원 중 절반가량을 국산 장비에 쓸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에 따르면 jTBC가 투입하는 845억원 중 국산 장비에 197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기술 개발 핵심 과제를 선정해 5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채널A는 미디어 기술 연구소를 설립하고 방송 장비 개발에 약 500억원을 투자한다는 제안을 했다. MBN은 스튜디오를 만들고 3차원(D) 입체영상 중계차를 도입하는 등 500억원가량을 방송 장비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경국 티브이로직 사장은 “종편에서 우리 회사와 관련 있는 방송용 모니터 장비만 해도 1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확실히 종편 출범에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호 레드로버 수석부사장도 “종편 쪽에서 특화된 콘텐츠를 고민하면서 3D 쪽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며 “국산 장비 업계 관계자와 종편 관계자가 만나는 자리가 추진되고 있다고 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방송 기술인들은 종편 출범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양창근 한국 방송기술인협회장은 “보도·제작 인력과 달리 기술 인력은 별로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케이블TV에 채널을 공급하는 프로그램공급업체(PP)인 YTN·아리랑TV 등에서도 인력 변화가 없다. 종편이 스타 기자·PD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유는 종편이 외주제작(아웃소싱)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종편사업자 대표는 “종편은 지상파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 기획·제작 전부 내부에서 할 만한 여건이 안 된다”며 “제작에 필요한 자원이나 인력은 할 수 있는 한 아웃소싱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웃소싱이 활성화 돼 전체 기술 인력의 임금을 하향 평준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기존 지상파 방송에서도 제작·기술 인력을 포함한 비정규직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며 “종편이 등장해서 이 문제가 실제화되고 있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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