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기술지능(Technology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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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술지능이 필요한가. 표는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등장해온 기술의 변화.

 “앞으로 어떤 기술이 등장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가?”

 최근 산업사회는 ‘기술기회 발굴’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현재 알고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나올 기술이나 제품이 어떤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이를 미리 파악해 대처하는 것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애플을 예로 들면 아이팟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까지 연이은 히트상품에 이어 과연 다음에는 어떤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제품이 나올 것인지가 IT업계는 물론이고 전 산업계의 관심사다.

 

 ◇신기술 예측=‘기술지능(Technology Intelligence)’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과 제품 정보를 기존에 주어진 정보와 각종 툴을 이용해 분석·예측하는 시스템 또는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공공 부문에서 기술 지능은 정책 수립에 필요한 미래 예측의 도구로, 또는 국가 전략기술 분야 우선순위 결정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민간 부문에서는 신산업 발굴 탐색·예측활동, 업종의 향후 전망, 기술과 제품 개발 전략 등과 맞물린 추세, 정부 정책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새로운 기술 기회를 기업에 제공하는 기술 전략의 중요한 요소다.

 특히 차세대 신기술 개발을 위한 기술기획, 타 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회피하기 위한 특허전략, 기업이 수행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포트폴리오 관리 등에서 매우 유용하다.

 기술지능은 기술경영의 새로운 조류로서 10여년 전부터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모타라·커 교수 등에 의해 연구돼 왔지만 아직까지는 시작단계다.

 최근 아주대 초청으로 국내에서 강의한 리티자 모타라 교수는 기술지능에 대해 “기술적 위협을 찾아 전달하고 그 기회를 알려줌으로써 조직이 그 정보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화되고 있는 기술 예측=과거 소수 연구기관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미래기술 예측이나 전망 작업은 최근 기술경영 확산과 지식재산에 산업계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보고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정부기관과 연구소 등에서 경제·기술 환경 스캐닝(scanning)으로 과학기술을 예측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이와 더불어 정보기술의 고도화로 풍부한 정보의 생성·저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예측에 이은 기술기회 발굴은 더 이상 전문적인 기술 관련 담당자의 경험과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특히 신기술과 신제품에 초점을 맞춘 기존 기술 개발 활동은 이제 응용기술과 융합기술로 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IT산업계 등 첨단 산업계와 연구계를 중심으로 기술지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소수지만 서서히 도입·적용되는 이유다.

 ◇탐색과 예측에 초점=하지만 기술지능은 기존 기술기회 탐색(발굴)과는 목표와 방법에서 다르다.

 기술기회 발굴이 직관과 행정적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면 기술지능은 객관화된 정보분석과 시장 상황에 맞춰 결정된다. 또 기술기회 발굴이 단순 원시 데이터의 양적 생성과 데이터베이스 저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기술지능은 다양한 정보의 원천에 대한 정형화된 틀을 토대로 정보 특성에 맞는 방법론을 적용한다.

 기술지능은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R&D방식인 기술로드맵과도 다르다. 기술로드맵은 현재의 기술 수준과 도달하려는 목표,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 순서대로 기술한 방법이다. 따라서 시장과 제품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을 세운다.

 반면에 기술지능은 현재 등장한 기술이 무엇이고, 이 기술이 어떻게 응용 발전해 왔는지를 파악해 앞으로 나올 기술이 무엇인지 예측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시장과 제품이 아닌 시장이나 제품에 적용된 기술과 그 종류, 기술 간 상관관계 등이 분석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기술로드맵이 필요 기술에 대한 ‘개발’이 핵심이라면 기술지능은 현재 능력과 환경을 토대로 ‘어떤 기술이 우리에게 필요한가’라는 ‘발굴과 선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ISTI 등 기술지능 체계화 연구=기술지능의 대표 사례로는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NISTEP)의 과학기술 예측연구보고서가 주로 거론된다.

 3~4년 주기로 작성하는 이 보고서의 목적은 계량정보 분석으로 급변하는 과학기술, 기초연구 활동 이해, 향후 과학 및 기술 기본 정책 수립을 위한 집중적인 육성 분야와 범위 결정이다.

 NISTEP는 ESI(The Essential Science Indicator of Thomson Scientific Inc.)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주요 연구 영역을 추리고, 이 중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세부 연구영역 133개를 선정해 연구보고서를 완성했다.

 현재 이 보고서는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 과학기술인 연구 영역의 시대적 변화 분석, 분야별 주요 연구활동 파악, 각 분야 및 연구활동 간 관련성 파악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정부출연연과 몇몇 대기업, 산업공학계를 중심으로 기술지능 연구와 도입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기술기회발굴(TOD)센터를 설립해 기술지능 적용을 보다 체계화하기 위한 연구에 나섰고, 삼성 등 몇몇 대기업은 기술지능 개념과 방법을 도입해 첨단 미래기술 예측활동을 시작했다.

 또 학계에서는 기술지능의 목적정의(Objective), 활용정보정의(Input), 기술지능(TI) 프로세스(Process), 기술기회도출(Output)로 이어지는 기술지능 메커니즘 정립에 노력하고 있다.

 윤병운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신기술이나 융합기술을 예측하고 필요기술을 예측 탐색하는 기술지능은 빠르게 다각도로 변화·발전하는 현재 산업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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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ISTEP이 133개의 연구 영역들의 관계를 종합해 전체 연구 영역에 대한 상관계가를 나타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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