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계가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기업의 리스크를 끌어안는 공격적인 투자와 중소기업 중심의 창의적인 혁신 활동이 더 늘어나야 한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들은 예전과 달리 혁신을 머릿속에서 속에서 잊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단장 황창규)이 주최하고 지식경제부 후원으로 7일부터 사흘간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R&D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조지 화이트사이즈 하버드대학 최고명예교수는 한국의 대·중·소 산업계를 겨냥해 이같이 조언했다.
화이트사이즈 교수는 “소수 대기업들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에 비해 대학 주도의 창업문화가 부실하고 중소기업의 위치도 허약하다”고 한국 산업계를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혁신 활동은 대기업 위주인데다 새로운 제품보다는 기존 제품을 더 낫게 만드는데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페이스북처럼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한국을 포함한 유럽·일본 등의 국가는 기존 제품 개선 및 확장을 혁신으로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충고다.
그는 “대기업은 그들 나름대로의 혁신이 가능하지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며 “한국의 삼성전자 역시 당시 혁신적인 전자제품으로 성공했지만 지금의 대기업들은 혁신을 잊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화이트사이즈 교수는 “각 나라의 현실에 맞는 혁신방법을 골라 반영해야겠지만 성공한 기업들은 초기에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급진적인 혁신을 주도했다”며 “시장이 성숙하면 동일한 제품의 수익률은 떨어지게 되고 더 이상 자동차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것이 기업들의 관심사가 아닐 때, 기업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공격적인 R&D 투자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또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용이하다고 화이트사이즈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소셜엔지니어링, 유전자, 헬스기업 등 새로운 분야의 등장을 목격하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도 큰 영감을 주며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 기반이 창출된다”며 “R&D는 미래의 이슈에 답을 줄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은 과감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대기업은 R&D의 1~5%를 혁신 제품 개발에 쏟아야 할 것”이라고 화이트사이즈 교수는 조언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R&D전략기획단의 국내외 자문단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만나는 자리로, R&D가 주도하는 동반성장을 주제로 심도 있는 의견과 시각이 교류됐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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