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셋톱박스 전수 조사, 케이블 업계 뿔났다

 방송통신위원회 중앙전파관리소가 유료방송용 셋톱박스 전체에 대한 적합인증(형식승인) 조사를 실시키로 한데 대해 케이블TV 업계에서 반발하고 있다. KT의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셋톱박스가 적합인증을 받지 않고 유통되고 있음에도 시정조치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7일 성명서를 내 정부에 OTS 셋톱박스 전량회수, KT에 대한 형사처벌 조치를 촉구했다.

 그동안 케이블TV협회는 4월 28일 중앙전파관리소에 OTS 셋톱박스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다. 지난달 25일에도 OTS 결합 상품 판매 중지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앙전파관리소는 전파연구소에 의뢰해 OTS의 삼성전자·디엠티(DMT) 셋톱박스가 실시간IPTV용 적합인증 대상 기기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이번달 초 적합인증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OTS 셋톱박스는 위성방송용 전자파적합등록만 받고 실시간 IPTV용 적합인증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시정조치를 하지 않고 셋톱박스 인증 여부를 전체 유료방송 사업자로 확대했다. 이번 기회에 불법 셋톱박스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케이블사업자 입장에서는 IPTV가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만 하다.

 관할 부처인 방통위 입장도 이같은 우려에 힘을 더해준다. 방통위는 KT의 OTS 결합 상품 셋톱박스에 대해 시정 조치를 요구해 온 케이블 업계의 요구가 거세지는 판국에서 현 정부가 추진 해 온 콘텐츠 육성 전략에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

 실제로 IPTV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챙길만큼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갖고 추진해 온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사교육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해법도 IPTV 교육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도 청와대에 가입자 현황을 일일이 보고했다”며 “그런 상태에서 방통위가 IPTV에 철퇴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IPTV 출범 후 실제로 기존 유료방송 가입자 외에 신규 가입자가 300만명가량 늘었다”며 “시장 창출력 있는 IPTV를 경쟁 업계의 요구만으로 단속하는 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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