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게임 과몰입 치유, 전문가의 손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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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아동·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특정 시간(밤 12시~오전 6시) 동안 인터넷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소위 ‘셧다운제’가 본격 시행 예정인 가운데,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단지 24시간 내내 게임을 할 수 있어 게임 과몰입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 치유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세부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강제적 게임 차단이 오히려 아동·청소년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 부작용을 야기한다거나, 밤 12시에 게임이 갑자기 끊기게 되면 아이들의 심리적 좌절감 때문에 오히려 과격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강제적 통제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부모 주민번호 도용과 같은 불법행위 가능성도 우려된다.

 게임 과몰입을 원인이 아니라 결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지난해 말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게임 이용 조사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 증상과 관련 있는 개인적 혹은 가정적 요소로 자기조절과 사회성, 가족 간의 의사소통과 가치체계 공유 등이 일정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조절력이 높고 동료나 친구와 관계가 좋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게임행동을 잘 통제하며 가족 구성원 사이에 공통의 가치관이나 규칙이 있고 대화가 있는 가정에 속할수록 게임을 강박적으로 사용하거나 일상의 활동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몰입하는 경우는 적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게임 과몰입 증상은 단지 게임에 대한 접근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이미 개인적 기질 혹은 가정환경으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 과몰입을 단지 ‘게임’탓으로만 여기고 게임통제에서 해법을 찾는 규제행정보다는 우선 가정과 주변에서 먼저 관심을 가지고 돌봐줘야 할 것이다. 2차적으로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구축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시행하는 ‘Wee프로젝트’와 같은 위기학생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활용하여 게임 과몰입 문제를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의 심한 게임 과몰입 아동·청소년들은 3차 개입에 해당하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체계적인 상담과 진단, 그리고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난해 게임업체들이 뜻을 모아 출범한 게임문화재단은 게임 과몰입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국내 유일의 전문센터인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를 6월 8일 개소한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치료는 물론 가치중립적 진단 척도 개발과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치료기법을 연구하고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6월 16일 게임 과몰입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상담치료센터의 운영 및 발전 방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전국 게임 이용자 수 2000만명 시대, 이 중 게임 과몰입에 해당하는 인구는 대략 10만 명 내외로 추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 과몰입이라고 판단하는 기준과 시각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정확한 수치야 어떻든 이들 모두를 의료기관의 전문가들이 치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도적으로 만들어지는 센터에서 게임 과몰입 증상을 다각도로 진단하고 치료하면서 파악되는 임상치료 성과를 대다수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교육 대책으로 전파하는 것이 더욱 시급할지도 모르겠다.

 게임 과몰입 문제에 대한 접근과 대책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지만, 이미 게임에 과몰입한 환자에 대한 치료와 임상연구는 전문기관에서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진단 척도를 마련하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는 것은 결국 전공의와 전문가의 몫이 아닐까. 이처럼 국내에 전문적인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가 생기게 된 것을 이제라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향후 게임문화재단과 정부, 의학계 등이 긴밀하게 힘을 모아 실효성 있는 방안을 속속 제시하여 세계적으로도 선진화된 치유모델이 되기를 내심 기대해본다.

 정용환 게임문화재단 사무국장 ludens@gamecultu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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