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한은, 목적이 깔린 공동검사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검사권을 놓고 치열한 논리싸움을 벌이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최근 잇따라 공동검사를 진행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두 기관은 주요 증권사에 대한 공동검사에 이어 산은금융지주와 산업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를 1주일여 앞둔 상태다. 언뜻 보기엔 공조가 이전과 달리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만 이면엔 서로 자기쪽 이해관계가 깊이 개입돼 있다.

　한국은행은 정치권에서 단독검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터에 검사 활동에 대한 보폭을 자연스럽게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감원도 검사권 독점에 대한 악화된 여론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필요시 공동검사를 언제든 수용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다음달 중순 총리실 금융감독 혁신 테스크포스(TF)가 내놓을 예정인 감독시스템 개선 방안에도 이 같은 공동검사를 활성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단독검사권을 보장하는 한은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뿐더러 설령 법에 따라 단독검사권을 갖게 된다하더라도 검사권 부여는 곧 지휘·보고 체계의 발생과 연결되기 때문에 현재의 한국은행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관련법에 밝은 한 전문가는 “6월 정기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 처리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법리상으로도 문제가 많아 최종 통과까진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한국은행의 공동검사 요청은 물론, 인력이 달릴 경우에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위탁 검사 등까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필요시 공동검사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검사권을 양립하게 하는 구조는 법적으로 손을 많이 대야 할 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줄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도 자기 입장을 드러내진 않지만 공동검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사 임원은 “피검 기관 입장에서 검사권이 더 생긴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일 수 밖에 없다”며 “검사 횟수와 검사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영업이나 경영에 큰 악재”라고 말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