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스터디] 동부제철 SCM 사례+미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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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인천공장 전경

 “사업을 접어야 하지 않겠나. 오히려 공장을 폐쇄하는 것이 더 이익이 나지 않겠는가.”

 동부제철 선재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억원 이상씩 추가로 하락하며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2006년 당시. 이 같이 언급하며 “방법이 없겠나”고 말끝을 흐렸던 CEO의 한 마디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조영철 동부제철 부사장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포기할 수는 없다’는 신념으로 회의실을 나온 조 부사장을 필두로 동부제철 선재사업부가 막다른 길에서 택한 것은 바로 공급망관리(SCM) 프로세스 혁신활동이었다.

 조 부사장은 “당시 모든 임원이 CEO 사무실에 모여 SCM 프로세스를 구현해 사업부를 살리겠다는 각서에 서명을 했다”며 “이를 실현하지 않으면 그만 두겠다는 각오를 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도시바도 포기한 ‘생산좌석제’ 도입=그해 9월 동부제철 재선사업부의 목숨을 건 SCM 혁신은 이렇게 시작됐다. 프로세스 개선 과정을 매월 한번씩 CEO에 보고하고 점검도 하기로 했다.

 SCM 혁신을 명패로 걸었지만 추진 방식은 여느 기업과 달랐다. 생산·영업·원료계획을 동시에 짜는 ‘생산좌석제’ 방식을 도입키로 했기 때문이다. 생산좌석제란 사내 모든 프로세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계획’을 짜는 한 조직의 의사결정에 맞춰 사내 모든 물동 계획을 연동시키는 체계다. 도시바가 도입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한 이력이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유일하게 도입한 바 있는 혁신 활동이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영업 및 판매부문이 계획을 짜고, 생산과 구매 부서가 각기 계획을 짜서 머리를 맞대고 합의가 이뤄진다. SCM 혁신활동을 하더라도 ‘회의체’를 만들뿐 권한을 통째로 하나의 조직에 이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생산좌석제를 도입하면 ‘통합 의사결정체’를 만들고 이 의사결정에 맞는 신속한 조달에 초점을 맞춘다. 잘못하면 기업 전체를 실패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방법론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시도하지 않는다.

 끝내 동부제철은 수요 중심의 생산좌석제만이 살길이라는 판단 하에 조직을 통폐합해 유일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조직을 만들었다. 다른 조직의 의사 결정 권한을 없앴다. 조 부사장은 “크게 의사결정 조직과 실행 조직으로 나뉘어진 것이고 하나의 협의체가 의사결정을 전담하는 구조”라며 “모든 조직과 프로세스, 시스템, 룰을 이 체계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하늘같던 공장장의 의사결정 권한도 없어졌다. 이 의사결정체 조직이 ‘12주 연동’ 계획을 짜면 이를 받아 공장에서 일별 생산 스케줄 관리를 할 뿐이다. 12주 짜리 하나의 계획이 주 단위와 일 단위 계획으로 연동되는 의사결정 체계로 변모시킨 것이다.

 ◇우량 독립 기업으로 재탄생…‘동부특수강’으로 분사=결과는 놀라웠다. 1년 만인 2007년 하반기에 재고 일수가 30% 가까이 줄어들고 재고량은 반이 됐다. 조 부사장은 “이 방식이 정착되면서 기존에는 하나의 일이 끝난 후 그 다음 일이 진행됐던 것이, 사전 준비하는 체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고객 주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자재 발주를 냈고, 생산 및 구매 한켠에서는 요구도 못 맞추고 리드타임도 안 맞았다.

 하지만 생산좌석제 이후 마치 항공기 좌석 예약시스템이 생겨난 것과 같은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조 부사장은 “월요일에 프랑크푸르트에 가는 비즈니스 좌석을 2개 예약하고자 친다면, 그러한 정보가 모두에게 공유되고 항공사는 휘발류도 넣고 기내식도 준비한다”며 “사전에 준비가 돼있으니 손님이 오면 태울 수 있는 이치”라고 비유했다.

 임직원들은 더욱 단결했다. 재고감축, 리드타임. 고객 대응력. 고객 오더에 대한 대응능력이 강해졌다. 프로세스가 정착되다 보니 부수적 효과로서 원료의 제품에 대한 품질도 향상됐다.

 이후 선재사업부는 점차 경영환경이 개선돼 적자 규모가 줄어들었고 올 1월 ‘동부특수강’으로 독립 분사했다. 품질·생산성이 뒷받침 한 SCM 혁신 활동이 재도약의 기반이 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니인터뷰>

 조영철 동부제철 부사장(혁신추진사무국장)

 “백지 위에 다시 그려라”

 

 조영철 동부제철 부사장은 2006년 당시 선재사업부를 만성 적자의 늪에서 흑자사업부로, 또 독립된 기업으로 재도약하게 한 공급망관리(SCM) 혁신활동의 주역이다.

 조 부사장은 당시 선재사업부의 SCM 활동에 대해 “부분 이기주의를 버리고 전체 최적화를 선택해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부서가 이기적인 생각을 가졌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조 부사장은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후 삼성SDI 신경영실천팀장, 경영혁신팀장, 6시그마추진팀장 등을 거치면서 20여년간 혁신 전문가로 전방위 활약해왔다. 이후 동부제철 경영혁신팀장 겸 CIO로 활동하다 현재 혁신추진사무국장으로 6시그마 혁신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등 해외 기업과의 경쟁력에서 차이날 수 있는 것은 바로 SCM 경쟁력”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추격만 하던 일본을 앞선 것도 바로 프로세스 혁신 활동에 힘입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시스템이 아닌 프로세스 중심 SCM 활동으로 경영체질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시스템오리엔티드프로세스혁신(SOPI)’형과 ‘프로세스오리엔티드프로세스혁신(POPI)’형 활동 중 제대로만 하면 ‘POPI’가 더 폭발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동부제철 선재사업부가 시도한 생산좌석제의 경우 큰 규모의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공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조 부사장은 이에 대해 “왜 안되느냐하면 그것은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백지 위의 새로운 발상”이라고 단언했다. 프로세스 혁신활동이란, 모든 생각의 중심을 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백지 위에서 재설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동부제철은 모든 의사결정자들의 역할을 바꾸고 핵심성과지표(KPI)도 바꿔 설계했다는 것을 회고했다. 조 부사장은 “되도록 비전을 만들고, 되도록 설계를 하고, 맞춰서 시스템을 구현하고 변화관리한 후 룰과 프로세스, 시스템대로 일을 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프로세스 혁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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