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피스톤링을 공급하는 유성기업이 파업과 직장폐쇄로 생산을 멈추면서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주요 완성차 생산라인이 멈춰섰다.
기아차 소하리공장 카니발 라인 야간근무조가 지난 20일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이어 22일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ix와 싼타페, 베라크루즈 등의 생산이 타격을 입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다른 업체들도 상당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ㆍ기아차는 피스톤링 70%를, 한국지엠은 50%, 르노삼성은 일부 모델에 쓰이는 캠샤프트 전량을 유성기업에서 공급받고 있다.
자동차 엔진부품 전문생산업체인 유성기업은 국내 피스톤링 생산 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올해 초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놓고 노사가 대립해왔다.
유성기업은 18일 노조가 파업을 시작해 사측이 아산공장과 영동공장에 대해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면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사측은 현장에 관리직을 투입해 생산 재개를 시도했지만, 조합원과 일부 노동단체 관계자 등 300여 명은 폐쇄된 공장 정문을 뚫고 생산라인 등 회사 전체를 점거한 채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20일 유성기업 조합원 파업 현장에 금속노조 대한이연지회 노조 간부들이 참여해 지지와 연대를 표하기도 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피스톤링 부품 재고가 거의 없는 상태다. 부품을 대체 공급할 수 있는 대한이연도 현재 추가 납품 여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유성기업이 정상화하기 전에는 뾰족한 수급대책이 없다.
현대ㆍ기아차는 소형 일부 차종을 제외한 승용차와 상용차 전 차종 생산이 24~25일부터 전면적인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22일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19일 한국지엠 경영진은 주말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소형차 스파크와 라보를 제외한 부평ㆍ군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전 모델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유성기업 사태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외부세력 개입이 맞물리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매출 2000억원대 부품업체 한 곳의 생산차질 때문에 일본 대지진에도 끄떡없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초유의 대규모 생산중단 사태를 빚게 되는 것이다. 지진보다 무서운 부품 공급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는 유성기업에 공권력 투입을 건의하기로 했다.
[매일경제 김경도 기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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