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6년간 가입자는 50만도 안 돼

2조 쏟아붓고 애물단지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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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와 기업이 와이브로에 지난 6년간 2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지만 와이브로는 가입자가 50만이 채 안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31일부로 와이브로 사업권자인 KT와 SK텔레콤의 의무투자 이행기간이 2006년 이후 6년 만에 종료되지만, 지난달 와이브로 누적 가입자수는 양사 합계 총 49만7476명으로 50만명이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허가 당시 KISDI 사업 전망치 10%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KT와 SKT가 그간 투자한 금액이 각각 1조431억원과 8250억원에 달하고 여기에 그동안 투자한 간접비용과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초라한 성적표다.

 MB정부 출범 이후 2009년 11월 방통위는 ‘와이브로 활성화 종합정책’을 발표했으나, 가입자 순증폭은 되레 매년 1만명 이상 감소세다.

 당시 방통위는 “신규사업자 진입 여건 조성 등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KT와 SKT가 애초 약속한 금액의 80% 수준만 투자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직접 제재하지 않았다. 와이브로 육성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사실상 공언한 셈이다.

 방통위의 소극적 태도는 1년 뒤 KMI(한국모바일인터넷) 사태에서 재확인됐다. KT와 SKT는 여타 망과 중복문제로 인한 내부매출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을 이유로 와이브로에 음성 탑재를 꺼린다. KMI의 이통사업참여는 한국이 와이브로 종주국으로서 와이브로를 LTE(롱텀에벌루션)와 대등한 4세대(G) 통신기술로 육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KMI에 대한 주주구성의 적정성 논란도 있지만 탈락 이후 방통위가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주관부처로써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무관심으로 와이브로 해외사업이 좌절되기도 했다. 인도는 지난해 3G 주파수 할당을 끝내고 삼성전자의 와이브로를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자국에서 주력하는 TD-LTE를 인도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제시해 ‘없던 일’로 끝났다.

 단말제조사도 국내에는 와이브로 전용 단말 출시를 꺼린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만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를 적용한 넥서스S 4G와 갤럭시S에 와이맥스를 탑재한 ‘에픽 4G’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2009년 11월 KT를 통해 구형 모델인 ‘쇼 옴니아’ 한대만 출시했다.

 사업권자인 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를 기존 망의 보완재로 인식할 뿐 LTE에 매달리는 상황이 전개돼 와이브로는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방통위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서면으로 제출한 양사의 투자안이 실제 이행됐는지를 점검하면 정부의 역할은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된 셈”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로 전도사를 자처해온 이병기 방통위 전 상임위원은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적정한 시기가 있다”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있으며, 지금이라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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