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대 신수종사업의 양대 축인 헬스케어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분야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앞두고 본격적인 내수 시장 장악에 들어갔다. 글로벌 업체들과의 전면전에 나서기에 앞서 비교적 친숙한 국내부터 공략, 체력을 비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반도체·LCD 등 후발 주자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은 분야도 초창기 내수 시장에서 몸집을 불려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메디슨(대표 방상원)의 자회사 메디슨헬스케어는 최근 초음파 진단기기를 무이자 할부로 공급하는 등 일선 병원을 대상으로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돌입했다. 메디슨헬스케어는 삼성메디슨의 100% 자회사로 의료기기 국내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이 강점을 가진 산부인과용 초음파 진단기기 한 대당 가격은 2500만~3000만원이다. 통상 할부이자 6~7%를 감안하면 최대 200만원 정도를 할인해주는 셈이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산부인과가 대부분 100병상 이하 개인병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대당 200만원이라는 할인은 적지 않은 이점”이라며 “삼성이 인수한 이후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 점유율 높이기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삼성메디슨은 향후 10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자, 총매출 10조원의 회사로 육성시킨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 내 의료기기 전담 조직인 HME(Health & Medical Equipment) 사업부에서도 40여명의 직원이 삼성메디슨 지원인력으로 편성됐다.
이달 초 홈플러스·롯데마트·전자랜드를 통해 보급형 LED 조명을 출시한 삼성LED(대표 김재권) 역시 소비자용(B2C)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이 회사 LED 조명은 60W 대체용 제품이 1만8900원으로, 기존 동급 제품 가격이 3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가격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삼성에버랜드 등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캡티브 마켓(내부전속시장)’과 기업용(B2B) LED 조명 공급이 주력이었다면, 본격적으로 B2C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김재권 사장 등 임원들은 LED 조명 시장이 국내보다 한층 성숙한 미국 시장 시찰을 위해 최근 미국법인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해 삼성은 삼성LED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8조6000억원을 투자, 연간 17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반면에 삼성이 신수종사업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내수 시장 장악에 나서자 국내 시장에서 버티고 있던 중소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LED 조명 분야는 2000년 초부터 중소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다. 현재 한국LED보급협회에 등록된 업체 216개 중 130여곳이 LED 조명을 만드는 중소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논리상 덩치가 큰 회사가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그동안 LED 조명 시장이 개화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대기업의 눈치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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